국내 연구진이 광유전학 기술로 생쥐의 별세포(Astrocyte)의 칼슘 신호를 조절해 만성 뇌졸중 후 운동 기능의 회복을 촉진하는 데 성공했다./미 펜실베이니아대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며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발빠른 처치뿐만 아니라 치료와 재활도 중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뇌 속 별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법을 개발해 운동 기능의 회복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 연구진은 김형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 허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과 함께 광유전학 기술로 별세포(Astrocyte)의 칼슘 신호를 조절해 만성 뇌졸중 후 운동 기능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달 31일 게재됐다.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며,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거나 감소하는 허혈성 뇌졸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뇌의 피질 아래 심부 구조에서 발생하는 피질하 뇌졸중은 전체 허혈성 뇌졸중의 약 30%를 차지하며 예후가 좋지 않다.

현재 뇌졸중의 신경재활 치료는 주로 신경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강한 자기장을 이용하거나 전극을 부착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자극 부위의 모든 세포에 비선택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작용 메커니즘도 명확하지 않아, 치료 결과의 예측이 어려운 데다 치료 효과도 개인차가 크다.

연구진은 신경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닌,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별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이상규 IBS 연구위원은 “별세포는 단순히 신경세포를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신경세포의 활성과 시냅스 가소성 증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해 신경회로를 재구성하고 뇌 기능의 회복을 유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별세포의 칼슘 신호가 증가하면, 신경세포 활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TP와 D-세린(D-serine) 등의 신경전달 조절 인자가 분비된다. ATP는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높이고, D-세린은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한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의 연결이 강화·재구성되는 능력으로, 뇌졸중 후 손상된 신경회로 회복에 필수다. 또 별세포는 신경 회로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를 조절해 과도한 신경 흥분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신경 활동을 돕는다.

연구진은 2015년 IBS와 KAIST가 공동 개발한 광유전학 도구인 ‘옵토스팀원(OptoSTIM1)’을 사용해 빛으로 생쥐 뇌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했다. 운동 기능 회복과 관련이 깊은 감각-두정피질 영역의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활성화한 결과, 앞발을 사용하는 정교한 운동 기능뿐 아니라 운동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하루 1시간씩 2주간의 저강도 빛 자극만으로도 운동 능력이 회복된 것이다.

이창준 단장은 “별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정밀하고 안전한 뇌졸중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향후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하는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뇌졸중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n7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