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이 줄기세포의 일종인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세포)’를 활용해 심부전 환자의 심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패치 형태로 만든 인공 심장 근육을 이식해 심장 수축 등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한 심장 패치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임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줄기세포 연구가 각종 희소 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줄기세포로 심장 근육 재생
독일 괴팅겐대 연구진은 iPS세포로 만든 인공 심장 근육 패치로 원숭이와 인간의 심장 기능을 재생·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9일 밝혔다.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짜내지 못하는 심부전(心不全)을 앓는 인원은 세계적으로 640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치료법 중 하나로 심장 이식이 있지만, 기증자가 적어 대다수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피부, 근육, 심장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分化)할 수 있는 줄기세포에 주목했다. 분화가 끝난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줄기세포로 되돌린 iPS세포로 심장 패치를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혈액 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방법으로 심장근육세포와 결합 조직을 생성했고, 이를 콜라겐과 혼합해 가로 5㎝, 세로 10㎝ 크기의 심장 패치를 제작했다. 연구진은 “이번 심장 패치의 근육은 4~8년 된 심장의 특성을 갖고 있다”며 “심부전 환자에게 젊은 근육을 이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연구진은 심부전이 있는 6마리의 원숭이에게 패치를 이식하고, 7마리의 대조군과 심장 상태를 비교했다. 패치를 5개 이식받은 원숭이는 대조군에 비해 심장벽이 최대 6㎜ 두꺼워졌고, 심장 박동마다 분출되는 혈액량도 10% 증가했다.
심부전으로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46세 여성도 심장 패치 10개를 이식받았다. 여성에게 부착된 심장 패치는 작은 혈관으로 연결돼 심장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으며 제 기능을 했다. 연구진은 “약해진 심장에 다시 근육을 넣는 이번 연구는 심부전 치료를 혁신할 수 있다”며 “15명의 참가자 각각에게 패치 20개를 이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력 상실, 당뇨병도 치료
희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iPS세포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iPS세포를 통해 시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랜싯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시력 손상 질환 환자 4명의 손상된 각막을 긁어낸 뒤 iPS세포로 생성한 각막 세포를 넣었다. 연구 결과 4명 중 3명은 1년 이상 시력 개선 효과가 유지됐다. 기존에는 면역 반응 때문에 본인의 세포에서 유래된 iPS세포가 사용됐지만, 이 연구에서는 타인에게 기증받은 세포에서 유래된 iPS세포를 사용했다.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교토대에서는 iPS를 인슐린 분비 세포가 모인 췌도세포로 분화시켜 복부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난치병인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파스처럼 얇은 췌도세포 시트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투약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은 줄기세포 기반의 파킨슨병·뇌전증 치료제 개발에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5년 186억5000만달러(약 26조9000억원)에서 2034년 488억3000만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세포)
이미 분화를 마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린 것. 줄기세포는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로 자라날 수 있어 심장과 간을 비롯해 각종 장기의 세포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본인의 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 위험성이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