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이 암컷 초파리의 유전자를 바꿔 수컷 없이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28일 “알렉시스 스펄링 유전학과 연구원과 에릭 개리슨 미국 테네시대 보건과학센터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암컷 초파리의 유전자를 바꿔 자가 복제를 유도했다”고 발표했다. 연구는 2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됐다.
초파리는 일반적으로 유성 생식을 하는 동물이다. 암컷의 난자가 수컷의 정자와 수정된 뒤 생식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일부 새나 도마뱀, 뱀 등은 자가 복제가 가능하다. 난자가 정자에 의한 수정 없이 배아로 발달할 수 있어 수컷 성체는 필요하지 않다. 이때 나오는 자손은 암컷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며 항상 암컷이다. 지금까지는 동물원 내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았고 수컷을 찾기 힘든 환경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컷과 짝짓기를 해 번식해야 하는 초파리와 자가 복제를 할 수 있는 초파리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자가복제와 관련 있는 후보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후보 유전자를 각각 변형한 초파리를 관찰해 자가 복제 능력이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총 22만 마리가 넘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했으며, 실험에는 6년이 소요됐다.
그 결과 자가 복제의 유전자를 활성화해 유전 공학 기술을 이용해 암컷 초파리에게서 성체로 발달할 수 있는 배아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스펄링 연구원은 “동물에서 자가 복제를 유도한 첫 사례”라며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한 초파리는 약 40일 동안 수컷을 찾다가 포기하고 자가 복제를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자가 복제가 가능한 2세대 암컷 초파리의 1~2%만이 번식을 했다. 수컷 초파리가 없을 때만 발생했으며, 수컷이 있으면 짝짓기를 해 번식했다. 연구진은 자가번식 특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전달될 것이라 봤다. 자손은 수컷이 있는 경우 유성 번식을 하거나 자가 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자가 복제로 전환하는 능력은 종을 유지하는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러나 연구진은 다른 동물에서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 밝혔다. 초파리는 100년 넘게 유전학 연구의 대상이 됐을 정도로 유전자가 잘 알려진 작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스펄링 연구원은 “작물 해충 중에 자가 복제가 더 흔해지는 이유를 조사할 것”이라며 “암컷은 암컷만 낳아 번식 능력이 두 배가 되어 농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07.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