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불길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할리우드 힐스, 패서디나, 알타데이나, 실마를 포함한 여러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번 산불로 지난 11일까지 16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2000채 이상이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LA 산불은 강력한 강풍에 극심한 가뭄과 이례적으로 건조한 겨울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산불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샌타아나(Santa Ana) 강풍’이 꼽힌다. 산타아나 강풍은 미국 남서부 사막 위의 고기압이 남부 캘리포니아를 지나 태평양 연안의 저기압 지역으로 밀려오면서 발생하는 바람이다.
산타아나 강풍의 특징은 바람이 아래쪽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도 1㎞가 낮아질수록 공기가 압축되면서 약 10도씩 가열된다. 결과적으로는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습도도 낮아지고,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 때문에 ‘악마의 바람’이라 불리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람 속도가 시속 100마일(약 160㎞)을 넘어서면서 불길 확산을 부채질했다.
다니엘 스웨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마치 대기가 헤어드라이어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며 “이러한 강풍이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가 산불 번지는 극단적인 날씨 부추겨
이번 LA 대형 산불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비정상적인 날씨 패턴도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는 매년 12월에서 2월 사이가 우기다. 일반적으로는 이 시기에 충분한 비가 내려 토양과 식생이 습기를 머금는다. 하지만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8개월간 비 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약 2.5㎜ 이상의 비가 내린 것도 지난해 5월 초였다.
미국 가뭄 모니터는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이 심각한 가뭄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일부 지역은 150년 만에 가장 건조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번지게 만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대형 산불들은 대부분 뜨겁고 건조하며 강풍이 동반된 조건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단순히 자연 재해를 넘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맥스 모리츠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국 NBC에 “기후 변화는 강우 패턴을 불규칙하고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습한 시기와 건조한 시기가 극단적으로 교차하며 이러한 대형 산불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남부 캘리포니아는 지난 3월 폭우로 홍수 피해를 입은 이후 몇 달 만에 극심한 가뭄 상태로 전환됐다. 모리츠 교수는 “이러한 기후의 극단화가 지역 사회를 더 큰 재난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기후 변화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수준의 대형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기후 신호는 우리가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사건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