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진이 척추이분증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냈다. 이미지는 척추이분증을 가진 신생아./김상우

김상우 연세대 의대 교수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과 함께 선천성 척추이분증(Spina bifida)의 유전적 발병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척추이분증은 태아가 발생할 때 중추신경계의 전신인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선천적 기형이다. 증상이 심하면 척수 수막류가 나타나고, 보행 장애와 감각 이상 등을 안고 살아야 한다. 수막류는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만들어지지 않아 신경조직이 나와 있는 증상을 말한다.

연구진은 척추이분증의 유전적 원인이 부모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자식에만 나타나는 드노보(De novo, 신규) 돌연변이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마침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척추이분증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전 세계에서 851명의 척추이분증 환자와 2451명의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척추이분증 환자와 가족에게서 얻은 DNA를 전장 엑솜 시퀀싱(WES)이라는 기법으로 분석했고, 3년 만에 드 노보(De novo)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주로 세포의 구조유지, 신경세포 신호전달, 염색질 변형과 관련된 기능을 맡고 있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신경관 결손 과정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척추이분증은 심각한 선천적 기형인데도 발생률이 신생아 3000명 중 1명에 달할 만큼 높다. 김 교수는 “희소질환 중에서는 제법 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고, 척추이분증을 가진 환자는 평생 발달장애나 배뇨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비용도 높은 질환”이라고 했다.

척추이분증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으로 나뉜다. 이 중 환경적 원인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가장 큰 환경적 원인은 비타민B-9, 흔히 엽산이라고 부르는 영양 섭취 부족이다. 임산부에게 엽산 섭취를 장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척추이분증을 피하기 위해서다. 많은 나라에서 엽산 섭취가 첩추이분증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유전적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보통의 유전 질환과 달리 척추이분증은 핵심 유전자를 찾는 것이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다. 동물 실험을 통해 몇몇 유전자를 찾기는 했지만, 환경적인 요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의 특성상 확실한 유전적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척수수막류의 원인 유전자들은 향후 질병 예측모델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선천성 신경계 질환인 척수 수막류 뿐만 아니라, 자페증과 같은 다른 복합질환도 유전적 원인 규명이 매우 어려웠는데, 이 연구 방법을 적용한다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8676-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