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가 피를 빨고있는 모습./Pixabay

국내 연구진이 거머리에서 유래한 천연 항균물질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책임연구원은 신송엽 조선대학교 의과대 교수, 조성진 충북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약용 참거머리의 침샘에서 새로운 항균 물질을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3일 게재됐다.

슈퍼박테리아는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성 세균이다. 항생제의 남용으로 발생하는데,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아 새로운 대체 치료물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약용 참거머리를 주목했다. 약용 참거머리는 흡혈할 때 항응고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히루딘을 포함한 다양한 성분을 함께 주입한다. 연구진은 먼저 AI를 활용해 약용 참거머리의 침샘에서 나올 수 있는 신규 천연 항생물질 후보 19종을 예측했다. 이어 이들의 구조 안정성, 항균력, 항염증 특성 등을 분석했다. 이후 이 후보 물질들을 살아 있는 슈퍼박테리아에 투입하고, 세포의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실제 항균 효과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기존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은 한 번에 하나의 물질만 분석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물질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고속 분석 기술(ODT-HTS)을 도입해, 신규 항균물질 발굴부터 항균 효과 검증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특히 슈퍼박테리아가 스스로 만드는 보호막인 바이오필름까지 제거할 수 있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실험 결과, 3개의 물질이 실제로 항균 효과를 보였는데, 이 가운데 ‘히루니핀 2(Hirunipin 2)’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슈퍼박테리아의 생존을 억제하고, 바이오필름을 파괴하는 모습을 3D 영상 이미지로 확인했다.

이성수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국내 천연자원 데이터베이스와 국산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결합해 내성균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독창적인 연구”라며 “향후 신규 항생제 개발 및 슈퍼박테리아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5), DOI : https://doi.org/10.1002/advs.202409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