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세포(녹색)기 암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모습./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4세에 신경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세포 치료제 치료를 받은 뒤 18년간 생존한 사례가 보고됐다. 지금까지 CAR-T 치료 환자의 최장 생존 기간인 11년을 넘어선 기록이다. 의학계는 CAR-T세포 치료가 고형암도 완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헬렌 헤슬롭(Helen E. Heslop) 미국 텍사스어린이병원 교수는 17일(현지 시각) 2004년부터 2009년까지 CAR-T 치료를 받은 어린이 환자 19명의 경과를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실렸다.

T세포는 면역세포의 하나로 암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죽인다. CAR-T세포 치료제는 암 환자의 T세포를 꺼내 몸 밖에서 유전자를 바꿔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는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백혈병 CAR-T세포 치료제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CD19)을 찾아 공격한다. 이 치료제는 혈액암을 완치하는 비율이 80~90%에 이르러 ‘기적의 항암제’ 또는 ‘꿈의 항암제’라 불린다.

하지만 CAR-T세포는 혈액암 외에 신체 조직에 생기는 고형암에는 효과가 크지 않고 장기적인 완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희소 고형암인 신경암에 걸린 환자가 CAR-T세포 치료를 받고 18년간 암 재발 없이 생존해 완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헤슬롭 교수는 CAR-T세포 치료제를 암 치료에 처음 적용한 선구자로 꼽힌다. 연구진은 과거 CAR-T 임상시험에 참여한 어린이 환자 19명을 추적했다. 환자들은 당시 신경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신경세포에 생기는 암인 신경모세포종은 일반적으로 5세 이전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 참가자 19명 중 12명은 나중에 신경모세포종이 재발해 치료 후 7년 이내 숨졌다. 그보다 오래 생존한 나머지 7명 중 5명은 이전에 다른 치료를 받았으며, 재발 위험도 높았다. 반면 다른 환자 두 명은 암세포가 퍼져 있었으나 CAR T세포 치료 후 완전히 사라졌다.

특히 이 중 1명은 추가적인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도 18년 이상 생존하며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4세에 암 진단을 받고 약품을 쓰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까지 받았지만 듣지 않아 CAR-T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CAR-T 치료 환자의 최장 생존기간이 11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1.5배 긴 시간 생존하며 완치 판정을 받은 셈이다.

연구진은 “18년간 생존한 환자는 다른 치료를 전혀 받지 않았으며, 건강하게 두 명의 자녀도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일부 환자에서 CAR-T세포가 치료 후 5년이 지나서도 검출됐다는 점에서 암이 재발했을 때 암세포를 공격해 치료 효과가 유지된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이번에 분석한 환자들은 대부분 CAR-T 치료의 효과를 보지 않았다. 연구진은 “CAR-T세포 치료제가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고, 다른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이를 통해 CAR-T 세포치료제의 설계를 개선하고 고형암에서도 효과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35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