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설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추계위 운영과 권한에 대한 의견차로, 설치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추계위 설치의 궁극적 목적인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4일 공청회를 열고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의 설립 방식을 논의한다.
추계위는 정부와 의료계 등 관계자들이 모여 의대 정원을 함께 논의하는 기구로,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꼽힌다. 의료계는 올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의료계를 포함한 기구의 설치를 주장해 왔다. 정부도 추계위를 통해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에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국회에 의정갈등 해소와 2026학년도 의대정원 조정을 위해 신속한 입법에 힘 써달라고 요청했다. 박 차관은 속한 입법 심사와 통과를 통해 의정갈등이 신속히 해결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2월을 의대 정원 확정의 마지노선으로 정해뒀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추계위 설치 방안을 의논하더라도 이달 내로 추계위를 구성하고 의대 정원을 합의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 정원 결정 시기를 뒤로 늦춰 협의할 시간을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계속 2월 안으로 의대 정원을 확정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맞는다”면서도 “추계위 설치에 관한 법도 아직 없는데, 추계위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2월 내로 합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계위 취지를 살리려면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많이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계위 권한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의대 정원 결정 기한이 임박해 있다.
정부는 추계위가 의대 정원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되,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추계위가 의대 정원을 결정할 수 있는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지난달 20일 추계위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추계위에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하고 의결기구로 역할을 부여해 추계위 결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추계위를 통해 내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입시 절차를 감안할 때 늦어도 2월까지는 내년도 정원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기한 내 추계위 설치와 정원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추계위 설치와 별개로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정부와 별개로 협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 관계자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현재 의정 갈등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이라며 “시급한 문제인 만큼 추계위와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