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태규 딥노이드 공동 창업자 겸 전무와 현지훈 딥노이드 연구소장이 1월 22일 서울 구로구 딥노이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딥노이드가 국내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 의료 솔루션을 출시하겠다"며 "글로벌 사업도 확대해 의료계의 오픈AI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딥노이드

세계 주요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용 AI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AI 전문 기업 딥노이드(315640)는 생성형 AI를 도입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주요 업무인 판독 소견서(판독문)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의료 AI는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X-ray) 사진을 빠르게 분석해 질환이 의심되는 부위와 정도를 표시하는 식의 진단 보조 업무를 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의사가 일일이 기록하던 판독문을 실시간으로 써내는 것이다. 딥노이드는 올해 이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고, 세계 의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태규 딥노이드 공동 창업자 겸 전무는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딥노이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생성형 AI 기반 흉부 X-ray 진단·판독 모델로 개발한 ‘M4CXR’을 올해 안에 허가받아 상용화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딥노이드는 2008년 설립된 AI 전문 기업으로, 의료(병원), 보안(공항·항만), IT 제조업 검사장비 분야의 AI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코스닥에 기술 특례 상장했다.

AI가 뇌 자기공명 혈관 조영술(MRA) 의료 영상을 분석해 뇌혈관질환 여부를 진단하는 ‘딥뉴로(DEEP:NEURO)’, X-ray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다중 흉부 질환을 검출하는 ‘딥체스트DEEP:CHEST’, 컴퓨터단층촬영(CT)을 기반으로 폐 결절을 검출하는 ‘딥렁(DEEP:LUNG)’ 등이 이 회사가 개발한 의료용 AI 제품이다.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병의원들이 도입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딥노이드가 개발한 생성형 AI 진단·판독 솔루션 M4CXR. M4CXR은 흉부 X-ray를 토대로 환자의 병변을 찾아 결절 같은 흉부질환을 진단한 다음 곧바로 화면 우측에 영문 판독문을 생성했다. /허지윤 기자

생성형 AI란 빅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한 AI가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음악, 코딩 등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술로, 오픈AI의 챗(Chat)-GPT가 대표적이다.

딥노이드가 상용화에 나선 의료용 생성형AI 솔루션 M4CXR은 전문의의 주요 업무인 의료 영상 기반 질환 진단과 판독 소견문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이는 대형언어모델(LMM)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흉부 X-ray 이미지 데이터와 판독문 데이터를 학습시켜 개발됐다.

김 전무는 “그동안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을 분석해 글로 남기는 진단 행위를 AI가 자동으로 생성해 의료진의 업무 효율과 병원의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현지훈 딥노이드 AI연구소장은 “의료용 AI도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정면에서 촬영한 흉부 영상 위주로 분석했는데, 지금은 정면뿐 아니라 측면 촬영 영상도 분석이 되고, 환자의 과거 내원·영상 진단 기록을 토대로 비교, 분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도 의료 영상 진단을 분석해 판독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와 M4CXR을 비교한 결과, M4CXR 성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2010~2022년까지 인하대병원 흉부 X-ray 이미지 926장을 무작위 선정해 M4CXR과 챗GPT의 진단 성능 결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정확도, 위양성(False Findings), 위치 오류, 개수 오류, 환각(Hallucination) 등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았는데, 각 지표 모두 M4CXR가 챗GPT보다 월등한 성과를 보였다. 환각은 생성형 AI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할 때 방대한 학습 내용 중 비슷한 부분만 묶어 잘못된 답을 내는 오류를 뜻한다.

현 소장은 “M4CXR은 ‘환각 오류’ 가능성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며 “챗GPT와 비교해 환각 오류는 훨씬 적고 정확도는 더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연구 당시보다 AI 성능이 더 향상됐기 때문에 현재 진단·판독 정확성 점수도 논문상의 수치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는 의료에 특화된 M4CXR이 범용 챗GPT보다 우월하며, 뚜렷한 이점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M4CXR은 영상학적 전문 지식이 제한적이거나 과도하게 요구되는 임상 환경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딥노이드는 흉부 질환 영역을 시작으로 뇌,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생성형AI 기반 설루션을 확장하는 한편,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사도 설립했다. 이를 거점으로 중동과 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2023년 출시한 딥뉴로는 33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영상의학 전공의보다 66분, 영상의학 전문의보다는 60분 더 빠르게 MRA 영상을 판독해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골든 타임 확보에 한층 유리해 응급실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 전무는 “M4CXR의 국내 인허가가 끝날 시점에 맞춰 해외 인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딥노이드가 의료 분야의 오픈AI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 소장은 “이미 국내 의료 현장에서 판독문은 대부분 영어로 작성되고 있어 글로벌 출시에도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딥노이드의 지난해 연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458% 증가한 1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가 공시한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약 82억원, 같은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약 73억원 규모다. 최근 이 회사의 외형 성장은 보안·IT 산업용 AI 사업이 이끌고 있다.

김 전무는 “보안·IT AI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꾀하는 동시에 의료 AI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하는 게 재무적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에 AI 도입과 활용 속도가 붙고 있어 의료 AI 사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