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경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명의 치매 환자가 새롭게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유타주 피닉스의 배너 알츠하이머연구소 연구진이 양성자단층촬영(PET) 장치로 찍은 치매 환자의 뇌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노령 인구가 늘면서 매년 치매 환자가 100만명씩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현재 발병률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치매 환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려면 공중보건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가 주도한 10개 대학 연구진은 1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2060년 미국에서 매년 치매 진단을 받는 환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공개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매년 치매에 걸리는 사람의 수는 향후 35년 동안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치매 위험을 완화하고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공중보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이를 먹으면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고 열쇠를 둔 곳을 기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학자들은 이런 정도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본다. 하지만 기억과 언어 능력, 인지 기능을 점차 잃는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로 분류되지 않는다.

나이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이다. 사회가 고령화하면 치매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많은 미국인이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산다. 2060년이 되면 가장 어린 베이비붐 세대 중 일부는 90대가 될 것이고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70대가 된다. 미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77년간 심혈관 질환을 추적해 온 플래밍햄허트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14%, 여성의 23%는 평생 한 번은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더 먹을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은 더 커진다. 사람이 평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나타내는 생애 전주기 치매 위험은 공중보건 정책과 대중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보건지표로 사용된다. 조제프 코레시 뉴욕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메릴랜드, 미시시피,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55세 이상의 건강한 백인과 흑인 1만5043명의 33년간 건강 데이터 기록(1987~2020년)을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 55세 이상의 성인 미국인은 평생 치매에 걸릴 위험이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 경우 10명 중 4명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치매 위험은 75세 이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전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은 4%에 머물지만 75세에서 85세 사이에 치매에 걸릴 위험은 20%로 올라간다. 85세에서 95세 사이에 치매에 걸릴 확률은 그보다 높은 42%로 증가했다.

평생 치매에 걸릴 위험은 여성(48%)이 남성(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시 교수는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치매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흑인(44%)은 백인(41%)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진은 장수하는 흑인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60년이면 흑인 미국인의 신규 발병 사례가 현재보다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흑인들은 백인보다 더 낮은 평균 연령에서 치매를 앓고 있으며 평생 치매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혈류로 운반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가진 노인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실제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아포지질단백질E의 ε4 유전자 아형(APOE ε4)은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APOE4 유전자형은 치매가 없는 일반인에게선 20% 내외로 발견되지만 치매 환자에게서는 50% 이상의 비율로 관찰된다. 특히 APOE4 유전자형을 2개 가진 사람은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5%는 APOE4 유전자형을 하나 가지고 있고, 2~3%는 2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APOE4 유전자형을 2개 가진 사람이 치매에 걸릴 위험은 59%인 반면 1개만 가진 사람은 48%, 가지지 않은 사람이 걸릴 위험은 39%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매년 치매 진단을 받는 미국인은 2020년 약 51만4000명에서 2060년 약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금도 미국에선 600만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 65세 이상의 사람들의 약 10%에 해당한다. 코레시 교수는 “새로운 예측이 사실이라면 2060년에 약 1200만명의 미국인이 치매를 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이전에 발표된 치매 위험 추정치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미국인의 치매 위험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미국인의 건강과 장수에 관한 연구는 주로 백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 흑인 성인에서 치매 환자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포착됐다”며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건강한 노화를 증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백인과 흑인 외에도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를 포함한 다양한 집단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롭게 추정된 수치가 지나치게 높을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치매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미국에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60년까지 미국의 인구는 7900만명이 늘어나 4억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때가 되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지금도 미국 가정과 국가의 의료 시스템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치매 위험을 측정하는 일은 공중보건 전략 수립에서 매우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나이에 따라 치매 발병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노화 외에도 유전적 요인,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건강에 해로운 식단, 운동 부족과 정신 건강도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만성 질환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가령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는 것도 치매 예방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충돌이나 낙상을 반복적으로 겪고 뇌에 부상을 당하면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하고 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과 백혈병은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심혈관 질환 환자의 치매 발병률은 소폭 감소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품질이 좋아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치매 진단 건수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3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