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이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생물 공정으로 그린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 바이오파운드리 시장을 공략한다. 그린바이오는 식량, 화이트바이오는 화학·에너지 소재 산업을 의미한다. 생산 공정에 AI를 도입해 에너지 비용은 절감하면서도 생산능력은 높여 효율성에서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박찬훈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팀장은 3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AI 도입으로 일부 미생물 발효 공정에서 생산능력을 10%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올해에는 수율 효율을 20% 늘리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동물세포나 미생물을 이용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대형 공장이다. ‘세포 공장’으로도 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이 바이오 신약을 위탁개발생산(CDMO)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아미노산, 조미료 등 식품 원료 생산 사업과 폴리하이드록시 알카노에이트(PHA) 생산, 페트 재활용 공정 등 바이오화학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화학 공정을 대체할 친환경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화학 공정 대비 생산 단가가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화학 공정은 비교적 예측이 쉬워 생산 효율이 최적화돼 있지만, 생물 공정은 현재 기술로는 생산량이나 공정 불량률을 예측하기 어렵다.
박 팀장은 “전통적인 화학 공정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계산한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지만, 생물 공정에서는 목표했던 물질이 나오지 않거나, 전혀 새로운 물질이 나오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며 “단순히 이론적으로는 생물 공정을 예측해 최적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AI를 도입해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엔지니어도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변수를 AI로 계산해 최적화한다는 전략이다.
박 팀장은 “2019년부터 쌓인 공정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학습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공정에 드는 에너지를 2% 줄인다는 목표로 시작했으나, 일부 공정에서는 에너지 절감률이 10%로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오파운드리 공정뿐 아니라 공정에 사용할 세포(균주) 개발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박 팀장은 “유전자 정보를 AI에 학습해 새로운 균주를 발굴하는 자동화 실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한 제품을 찾는 고객사가 늘면서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에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직 비용 측면에서는 화학 공정을 뛰어 넘기는 어렵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거의 배출하지 않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일부 고객사에서는 위탁 생산을 맡기기 전 이산화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요구하기도 하는 등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산업 전반에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사가 많지 않다”며 “AI 기술력을 쌓으면 직접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도 바이오파운드리 공정 설계를 제공하는 라이센싱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