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인 진드기를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성(耐性)을 가진 사람들은 특이한 면역 반응 덕분에 진드기가 긴 시간 붙어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모방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도 개발 중이다.
에롤 피크리그(Erol Fikrig) 예일대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진드기가 잘 달라붙지 못하는 사람들은 면역 반응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밝혀낸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26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진드기는 피부에 달라붙어 갈고리 모양의 뾰족한 입으로 피를 빨아 먹는 기생충이다. 성인 손톱보다 작은 2~3㎜ 크기에 불과하지만, 시멘트처럼 강력한 접착력을 갖고 있어 피부에 단단히 붙는다. 이 과정에서 라임병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옮긴다.
과학자들은 진드기가 어떻게 인체의 면역 체계를 뚫고 병원균을 옮기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다. 핵심은 진드기가 피를 빠는 동안 분비하는 단백질이다. 진드기는 특정 단백질로 사람의 면역 반응을 방해해 자신을 감춘다. 대부분 진드기가 물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어떤 사람은 진드기가 분비하는 단백질에 면역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진드기의 접착력이 약해지고, 진드기가 달라붙은 부위가 더 빨리 붉어지면서 불편함을 느껴 다른 사람보다 더 일찍 떼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3000가지 이상 진드기 항원 단백질에 인체 면역세포인 항체가 결합하는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진드기에 내성을 가진 사람의 면역 체계가 인식하는 특정 진드기 항원을 식별했다. 연구진은 설치류인 기니피그를 활용해 진드기에 대한 면역력을 확인했다.
진드기 내성이 있는 사람의 피를 기니피그에 주입한 뒤 진드기를 몸에 붙여 관찰했다. 그 결과, 일반 피를 주입한 기니피그보다 저항성 피를 받은 기니피그에서 진드기가 2시간 안에 떨어져 나가는 비율이 높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진드기 항원 25개의 유전자로 실험용 mRNA 백신도 만들었다. 백신을 맞은 기니피그군에서 진드기에 대한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향후 mRNA 백신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십 명이 진드기가 유발하는 라임병으로 사망한다. 라임병은 뇌염과 말초신경염, 심근염 등을 일으킨다. 국내에는 또 다른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흔하게 발생한다. 2013~2023년 10년간 총 1895명의 환자 가운데 355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18.7%에 달한다.
피크리그 교수는 2023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와 함께 진드기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와이스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란19) 대유행기에 mRNA 백신 개발을 이끌었다. 두 교수는 이번 기니피그 실험에서 사용된 25개의 항원 중 가운데 진드기 거부 반응을 가장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항원을 찾고 있다.
참고 자료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s9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