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교 신임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26일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약품그룹 첫 전문경영인으로서 우려 불식하고,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이병철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이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에 들어갔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이사직을 사입하고,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이어받았다. 한미사이언스가 전문경영인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이사는 26일 서울 송파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제52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약품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 기대와 우려 모두 클 것이라고 본다”며 “우선 우려를 불식하는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기대에 부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신규 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부의하고 김재교 전 부사장과 창업주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 심병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 김성훈 전 한미사이언스 상무 등 4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영훈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3명은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1년여 분쟁 끝에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서 각각 사임하며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한미약품그룹은 당시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대주주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신규 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승인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다. 송영숙 전 대표의 뒤를 이어 김재교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심병화 전 상무가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맡는다.

신유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의장은 “신규 이사진은 제약바이오 산업뿐 아니라 경영, 회계, 자본시장 등 여러 분야에서 최고 역량을 발휘해 왔다”며 “대주주와 이사회의 탄탄한 지원과 경영진의 전문성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이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한미약품 주주총회에서도 신규 이사 후보 선임 안건이 모두 승인했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사내이사,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는 안건을 부의했다.

최인영 사내이사는 한미약품에서 27년간 근무하며 신약 플랫폼(기반 기술) 구축, 글로벌 기술수출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현재는 R&D 센터장으로 신약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김재교 기타비상무이사는 유한양행, 메리츠증권을 거친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전문가인 최인영 사내이사와 글로벌 사업 경험이 풍부한 김재교 기타비상무이사를 필두로 신약,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지난해 어수선했던 상황을 잘 마무리했고, 올해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며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 달성, 국내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고 비만 치료제도 가장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용화가 목전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