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로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입은 외상성 뇌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상성 뇌손상은 치료가 늦으면 심각한 장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용화되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바이오 기업 티지아나 라이프사이언스와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 공동 연구진은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해 뇌가 부어오르는 뇌부종을 항CD3 항체 스프레이로 치료했했다고 28일 밝혔다.
외상성 뇌손상은 교통사고니 산업재해, 스포츠 부상 등 외부 충격을 받아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환자가 전 세계에서 매년 6800만명이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두통이나 현기증, 메스꺼움 같이 가벼운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영구적인 장애를 남긴다.
중증 외상성 뇌손상은 수술을 제외하면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출혈을 제거하더라도 뇌 부종이 수주 이상 지속돼 뇌압이 오르며 2차 뇌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비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하더라도 증세를 완벽히 회복하지 못 한다.
연구진은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 부종과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았다. 생쥐 실험에서 항암 치료에도 쓰이는 항CD3 단일항체인 포랄루맙이 외상성 뇌손상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CD3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외부 물질과 결합해 감지하고, 이를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항CD3 단일항체는 CD3와 결합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막는다. 특히 항CD3 단일항체는 코 점막을 통해 뇌로 이동했다. 스프레이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사에프 이지(Saef Izzy) 교수는 “항CD3 항체 스프레이를 코에 뿌린 생쥐는 불안, 인지 저하, 운동능력 감소 등 모든 신경학적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위한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강 스프레이는 이미 여러 신경 염증성 질환과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도 입증됐다. 티지아나는 비강 스프레이를 원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른 신경 염증성 질환 치료제 개발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티지아나 라이프사이언스는 항CD3 항체를 다양한 뇌질환 치료에 사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효능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척수 손상 치료에 항CD3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하워드 와이너(Howard Weiner) 교수는 “간단한 스프레이 치료제로 교통사고, 운동 중 사고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빠르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치료법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렸다.
참고 자료
Nature Neuro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93-025-018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