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주택 임대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기업형 임대 사업을 해온 대기업들도 시장 방어를 위한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KT그룹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와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인 SK디앤디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SK디앤디는 같은 사업을 하는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며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KT에스테이트도 자체 브랜드인 ‘리마크빌’의 홍보와 브랜드파워 강화에 나섰다. 전세 시장이 점점 줄고 외국계 기업의 국내 임대차 시장 진출이 진행되면서 ‘텃밭’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국내 기업형 임대기업들의 잰걸음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만 유일하게 있었던 전세제도가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면서 월세 임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기업형 임대시장을 확대하려는 이유로 분석된다.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임대주택 '에피소드 용산 241' 내부공간 / 자료 = SK디앤디 제공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오는 2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자사 임대주택사업 브랜드 ‘리마크빌’를 추가 공급한다. 이 지역에 조성된 복합단지 ‘이스트폴’에 리마크빌 28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KT에스테이트는 KT의 완전 자회사(100%)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회사다. 지난 2016년부터 ‘리마크빌’ 브랜드로 국내에서 처음 기업형 임대주택 분야를 개척한 선두 업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국내에서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선두기업으로서 새로 공급되는 사업장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KT에스테이트 리마크빌은 현재 서울 동대문, 영등포, 관악, 군자, 광진과 부산 부산역, 대연동 등 7곳에 3284가구를 공급했다.

SK디앤디도 기업형 임대시장 확장에 힘쓰고 있는 곳이다. SK디앤디는 SK디스커버리가 지분 31.2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전체 이익의 8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2020년부터 ‘에피소드’라는 브랜드로 임대주택을 공급했고, 지난 3월에는 자회사인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과 함께 동종 분야 기업인 ‘로컬스티치’를 인수합병(M&A)했다. 로컬스티치는 약 10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2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에피소드와 로컬스티치를 합쳐 현재 공급된 임대주택은 6200가구(에피소드 5600가구+로컬스티치 600가구) 가량이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올해 중에 에피소드, 로컬스티치 각각 임대주택 운영 물량을 적극적으로 늘려 총 1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대기업들이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국내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 외국계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내 자산운용사 그래비티자산운용과 함께 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영국 자산운용사 ICG도 법인을 설립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부동산 개발기업 하인스와 JLL(존스랑라살)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3~2024년 기간 중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기업형 임대방식으로 제공된 주택의 월 임대료 중위값은 144만원까지 올랐다. 서울 전체 기업형 임대주택의 월 임대료 평균은 90만원이었다. 기업형 임대 주택의 계약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에는 전년보다 계약이 15%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9% 늘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고소득 1인 가구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외 대기업과 금융자본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택 형태를 공급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이들과 협력해 더 많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임대료를 낮춰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국내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상당히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수백만원 이상 고가의 비용을 내고서도 월세를 살겠다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형 임대시장 사업의 확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