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진출 국가를 중동·동남아 중심에서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사업분야도 기존 설계·조달·시공(EPC)에서 신재생에너지, 원전, 투자개발사업 등으로 변하고 있다. 해외건설 누적 2조 달러를 목표로 둔 만큼 타 국가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31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탄소중립 핵심 기술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을 통해 북미에 진출했다. DL그룹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의 비료 업체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Genesis Fertilizers)와 비료 공장의 설계와 기술 라이선싱 업무를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비료 공장은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 암모니아를 뽑아 비료를 생산하는 친환경 플랜트다. DL이앤씨가 기본설계(FEED)를 맡고, 자회사인 카본코는 CCUS 기술 라이선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카본코는 DL이앤씨가 CCUS 사업 진출을 위해 2022년 설립한 자회사다.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왼쪽부터), 제이슨 만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 최고경영자(CEO),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1월 20일 비료 공장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 블루 암모니아 시장에 진출하는 첫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 등이 잇따라 친환경 사업 지원 방침을 발표하며 관련 신규 발주가 확대되는 분위기여서 북미지역에서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GS건설은 호주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GS건설 컨소시엄은 2021년 10월 NEL(North East Link) 도로공사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NEL 도로공사는 멜버른 북동부 외곽순환도로와 동부도로를 연결하는 약 6.5km 터널을 건설하는 공사로, 사업비 총 10조100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호주 내 발주 사업 중 최대 규모의 단일 사업으로, GS건설 공사비는 약 2조8000억원이다. GS건설은 이번 공사에서 TBM 공법을 이용해 6.5km의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한다. TBM 공법은 진동, 소음이 적고 터널 굴착 작업을 기계를 통해 진행함으로써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호주 건설시장은 호주 내 건설사들의 지분이 상당히 높다. 그 외 현지에 진출한 해외 건설사들도 대부분 유럽 회사들이다. GS건설 또한 이탈리아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공사를 따낸 것이다.

호주 NEL 도로공사 현장./GS건설 제공

대우건설은 아프리카에 일찌감치 진출해 현재는 사업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나이지리아에는 1983년에 진출해, 총 71개 프로젝트, 100억 달러 수준의 공사를 진행했다.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원청사로 참여하고 있는 NLNG 트레인 7, 카두나 정유공장 긴급보수 공사, 와리 정유시설 긴급 보수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에도 1978년에 진출, 163개 프로젝트, 114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했다. 리비아는 1·2차 내전을 거치며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노후화되거나 파괴된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재건 사업에도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라크는 각종 내전과 IS사태 등으로 발전·주거 등 다양한 분양에서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2014년 2월 알포(Al Faw) 항만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알포 방파제를 시작으로 총 9건, 38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현재는 중동 지역 최초의 침매터널인 이라크 침매터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이라크 해군·공군 기지 공사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프리카, 이라크 등에서 오랜시간 쌓아온 발주처의 신뢰를 바탕으로 각종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모잠비크 등 신시장을 개척할 것이며, 중동 투르크멘스탄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동남아·중국 등의 후발주자들이 EPC사업 관련해서 활발하게 수주를 하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은 EPC 등 기존 사업에서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투자개발사업 등 신사업으로 넘어가는 국면을 맞고 있다”고 했다.

대우건설이 아프리카 잠비아와 보츠와나 국경 지대인 잠베지강에서 건설한 ‘카중굴라 대교’ 공사 현장. 이 다리는 2020년 9월 완공됐다./대우건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