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김유진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의 상가 공급 계획을 재검토한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전국적으로 불 꺼진 점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공주택지구 상업용지 계획 기준을 유지한다면, 3기 신도시 내 상가도 과잉 공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2기 신도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상가 공실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업용지 계획 기준이 적정한지 살펴본 뒤 3기 신도시의 상가 공급을 조절할 계획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은 최근 신도시 상업용지의 공급 및 관리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용역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상가 규모의 적정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최근 신도시의 상가 공급 자체는 감소하고 있으나 빈 점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집합상가 공실률은 10.1%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상가 공실률은 2022년 9.35%에서 2023년 9.92%를 기록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상가 유형별 공실률. /한국부동산원 제공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현재 3기 신도시의 상가 공급 기준은 2019년 공공주택지구의 상업용지 계획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6년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빈 점포가 급증하는 등 상가 공급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현재 3기 신도시의 상업용지 비율은 0.8%로 1기 신도시 4.5%, 2기 신도시 1.9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1인당 상업시설 면적인 ‘원단위’ 면적의 경우 3기 신도시가 1인당 8.6㎡로, 1기 신도시(1인당 11.4㎡)보다는 낮지만 2기 신도시(1인당 7.9㎡) 대비로는 높다.

앞서 조성된 2기 신도시에서는 대규모 상가 공실 사태가 발생했다. 남양주 별내·김포 한강·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에서는 한때 상가 공실률이 30%에 육박했다. 공공주택지구 계획 수립 당시 상가 이용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업용지 비중을 높인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공공주택지구 상업용지 계획이 적정한지 살펴본 뒤 3기 신도시 상가 공급을 조절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상가 공급 기준이 코로나19 이전에 만든 것이라서 그 사이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이 기준이 유효한지를 보려는 것”이라며 “용역 결과를 본 뒤 (3기 신도시 상가공급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택지 개발 규모가 300만㎡ 미만일 경우 1인당 6~8㎡을 적용하는 상업시설 연면적 원단위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상업시설 수요 추정 가이드라인 수립 등 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 개정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상가 과잉공급 방지 등을 위해 주상복합건축물의 주거 외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대책도 살펴볼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연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