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조합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이 추후 공급 지연, 분양가 상승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1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4일 공사비 증액 심의를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다. 1조3229억원이었던 공사계약금액을 1조3818억원으로 588억원 증액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해당 단지는 앞서 2021년 12월, 2024년 7월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증액한 바 있다.

잠실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에 조경 시설을 추가 설치하면서 생긴 비용”이라 “증액 관련 총회를 앞두고 있지만 조합 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노량진8구역도 시공사인 DL이앤씨가 3.3㎡당 약 498만원인 공사비를 882만원으로 상향 제안했다. 조합 관계자는 “DL이앤씨와 공사비 협상을 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최근 물가 상승,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비 인상이 변수로 떠오르는 현장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를 보면 지난해 11월 130.26을 기록했다. 이는 공사비가 크게 오르기 전인 2020년 11월(100.97)과 비교하면 29.0% 오른 것이다. 이 지수는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이 된다. 건설 공사에 들어가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과 시공사간, 조합 내 갈등이 발생하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고, 향후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오는 6월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설계기준 강화가 시행되고,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하면 준공을 불허하고 전기차 화재 시설을 의무 구축하는 등 각종 규제도 연달아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사비 상승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공사비 인상으로 협의 기간에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둔촌주공, 대조1구역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공사가 중단되는 등 갈등이 길지면 결국 공급 지연으로 이어진다. 건설업계 자체적으로 수주전이 벌어질 경우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정책 지원, 중재 등의 역할을 해줘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로 조합과 시공사간, 조합 내부 갈등이 발생할 경우 공급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 사업의 자율성이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공사 지연 등의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은 방임 형태가 될 수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공사비 증액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잠실진주·대조1구역·청담삼익아파트 등 3곳에 대해 공사비 합의 등을 이끌어낸 바 있다. 도시행정·도시정비·법률·세무·회계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가 정비사업 분쟁 발생 시 시·구·갈등당사자와 협의체를 구성하여 당사자 간 의견청취 및 갈등원인 분석을 통해 적절한 조정안을 제시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