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고과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는 빈 집 해결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빈 집 정비에 대한 통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현실적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빈 집을 철거한 이후 나대지에 대해 재산세가 많게는 800%까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빈 집 정비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인 만큼 빈 집 정비를 유인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정부 역할 확대…빈 집 예산 증액도 필요
빈 집 정비를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빈 집 문제를 직면한 다른 국가에서는 빈 집 관리와 거래에 필요한 플랫폼을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지자체 차원에서만 빈 집 거래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거나 자체적인 빈 집 관리 지원책을 내놓고만 있어 중앙정부의 통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빈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최근 시·도지사 협의회 등을 통해 빈 집 해결을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현재 빈 집에 관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법에 이를 규정하려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러한 중앙정부 중심의 대책 마련과 함께 빈 집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빈 집 관리에 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자체의 자체 예산 투입 비중이 큰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빈 집 철거나 개선 비용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는 빈 집 한 채를 철거하는 데 500~1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빈 집을 모두 철거하기엔 예산이 부족하다. 단순 계산으로만 빈 집 철거에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빈 집 같은 경우에는 소유자가 장기간 방치하거나 소득 수준에 비해 주거 수준이 못 맞춰서 빈 집이 되는 것들”이라며 “빈 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재 조치와 함께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주거 환경 해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빈 집 정비 이후 지역 활성화 전략까지 세워야
정부가 빈 집 정비 정책을 펼칠 때 도시와 농촌 지역을 나눠 대책을 이원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정현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은 “빈 집 문제를 해결할 때 도시와 농촌 지역의 빈 집을 나눠 접근해야 한다”며 “도시의 경우 빈 집을 임대한 뒤 나중에 반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접근성이 좋은 곳은 매입을 해서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농촌 지역 같은 경우 철거사업 중심으로 정비 사업을 펼쳐야 한다”면서 “다만, 이 사업이 철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후 이를 활용해서 지역의 긍정적인 효과를 줘야 한다”며 “이 부지에 공공시설을 공급한다든지 복합시설을 공급해 주거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빈 집 정비 이후 활용에 대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빈 집 정비업계 관계자는 “빈 집 정비는 민간 업체가 자체적으로만 하기에는 소유주의 협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자체가 빈 집이 있는 마을의 재생 계획을 가지고 민간과 협력하면 빈 집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빈 집 문제는 당장 단독주택 등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아파트의 슬럼화가 진행될 경우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에 빈 집이 생길 경우 철거나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며 “해외에서는 빌라나 아파트를 임대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 같은 방안을 미리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제 혜택으로 빈 집 철거 유도…빈 집세 부과는 신중히
빈 집 철거에 대한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빈 집을 철거한 이후 그 부지에는 토지분 재산세가 부과된다. 이 때 빈 집에 적용되는 주택분 재산세보다 내야 하는 세금이 평균적으로 200~300% 많아진다. 소유자가 따로 비용을 들여 철거해도 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져 빈 집을 철거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빈 집을 철거할 경우 재산세 경감 혜택을 줘 빈 집 정비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에는 주택분 재산세를 매기는데, 이 빈 집을 철거하면 나대지가 돼 토지분 재산세가 부과된다”며 “이 경우 재산세가 크게 오르는데 전라도·인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많게는 800%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위 환경이 아무리 오염돼도 소유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합리적으로 빈 집을 내버려두는 게 낫다”며 “빈 집의 경우 재산가치가 떨어져 공시가도 낮아 1년에 세금을 몇만원만 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연구위원은 “나대지가 된 경우 재산세를 경감해주는 (세제 개편) 방안이 필요하다”며 “재산세 부담이 커지니까 빈 집을 방치하는 부분에 대해 재산세 부담을 줄여 철거를 유도하는 등 빈 집 방치 요인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빈 집을 방치할 경우 화재나 범죄 등 사고의 위험이 커지니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추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 연구위원은 “빈 집의 사고 위험성은 관리되는 집에 비해 커 정부의 재원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며 “빈 집을 방치해 세금이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를 빈 집 소유자가 추가로 부담하게 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본 등 빈 집 문제를 직면한 다른 국가에서 걷는 빈 집세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2년 이상 비어있는 주택에 지방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빈집 프리미엄 제도가 시행 중이다. 빈 집 활용하는 스타트업 블랭크의 문승규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빈 집에 대한 사업비를 투입해도 소유주가 활용하지 않으려는 부분도 크다”며 “임대나 매매를 안하고 방치하는 경우 이 집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빈 집세 등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빈 집세에 대해서는 투기 목적의 빈 집에만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 연구위원은 “빈 집세는 투기목적의 빈 집에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빈 집에는 재산세가 부과되는데, 빈 집세라는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 부과하는 것은 부담이 커지므로 빈 집의 투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