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 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정비사업장을 두고서는 대형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상반기는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장에서, 하반기에서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지구에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한강변 고급 아파트 단지를 수주하게 되면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하게 굳힐 기회를 잡게 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 중 ‘빅5′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은 내부적으로 올해 상반기 압구정2구역 시공권을 갖기 위한 전략 구성에 돌입했다.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동 일대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6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압구정2구역은 지난해 11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돼 올해로 42년째를 맞았다. 최고 250m 높이의 12개 동, 2606가구로 재건축된다. 용적률은 300% 이하로 결정됐다. 최고 층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의 경우는 우리나라 주거지 중 최고로 꼽히는 곳이라 깃발 하나는 당연히 꽂아야 하는 곳”이라면서 “2구역이 사업속도도 가장 빠르고 사업성도 좋기 때문에 일단은 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압구정 ‘대장주’격인 3구역을 두고 올해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압구정3구역은 최고 70층, 5175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압구정동 한 가운데 위치해 대형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공공 보행교 기부 채납을 두고 조합원 간 이견이 있는 데다, 대지 지분 일부가 등기에서 누락돼 비상대책위원회와 조합이 갈등을 빚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이 한강변에 접하는 면적도 가장 많아 재건축 구역 중 대장으로 평가되고는 있다”면서도 “여러 단지가 섞여 있어 용적률 차이 등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이 더딜 것”이라고 했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 등이 통합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의 수주를 노리고 있다. 트리마제 오른편으로 1~4지구가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획된 곳으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지구 1~4지구 역시 지난해 11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넘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최고 높이 250m, 용적률 300%(준주거지 500%), 9428가구(공공임대 1792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된다. 이 중 4지구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7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해외 설계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설계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4지구가 하반기 중에는 시공사 선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자 선정을 두고 국내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과열 경쟁을 벌이는 배경으로 올해 압구정, 성수 등 주요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한남4구역의 재개발 사업 시공사는 오늘 18일 결정된다. 이외에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잠실 우성1·2·3차, 개포주공6·7단지 등도 연내 시공사 선정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과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한강변에 위치해 고급유효 대기 수요가 풍부한 곳”이라면서 “건설사들도 시공능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이라 시공능력평가 5위내 건설사들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