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규제 여파와 함께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세 악화로 매매거래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 광주·파주·평택 등 올해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았던 지역에서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평택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전주대비 0.4% 하락했다. 8월 첫째 주 이후 20주 연속 하락세다.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둘째 주 0.07% 하락세로 전환한 뒤 4주 연속 하락했다. 이후 12월 둘째 주 0.09% 상승하며 반등했지만 16일 다시 0.06%로 큰 낙폭을 보였다. 파주는 11월 셋째 주 이후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0.01% 하락을 기록했다.

해당 지역들은 올 한 해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았던 점이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 분위기와 맞물려 집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파주 신규 분양 물량은 1만2236가구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광주(1951가구), 파주(1785가구)는 각각 10번째, 11번째로 많았고 두 지역 모두 하반기에 물량이 집중됐다.

평택 합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평택에서 택지지구 개발사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올해도 입주 물량이 많았는데 미분양이 꽤 많이 발생했다”며 “안 그래도 대출규제 때문에 거래 문의가 없는데, 미분양 아파트까지 늘면서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올라오는 매물이 늘고 있다” 했다.

파주 야당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운정신도시는 비교적 분양 성적이 괜찮았지만, 대출규제 이후 거래량이 확 줄고 문의도 줄어들면서 실거래가가 하락했다”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교통호재도 이미 대부분 반영됐고, 서울도 침체됐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여기라고 오죽하겠나 싶다”라고 했다.

최근 분양단지들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 광주 ‘곤지암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이달 17일 319가구분양에서 137건 접수에 그쳐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경기 파주 ‘문산역3차 동문 디 이스트 센트럴’은 지난달 19일 706가구 분양에 125건 접수돼 대부분 타입에서 미달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들이 내년에도 신규공급이 예정돼있고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락세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평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았고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하면서 공장 셧다운까지 이어져 고전했다”며 “광주, 파주는 베드타운인 데다 GTX 등 교통 인프라가 갖춰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반등 여지가 적어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최근 상승한 가격에 대한 부담과 함께 대출 규제, 국내 정세 불안 등이 겹쳐 경기 외곽지역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며 “또 신규 공급 물량에 대한 부담까지 작용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침체가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