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이 아파트 입주물량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민간 통계기관이 예측한 수치가 3배 이상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41주 연속 상승 중인 가운데 입주물량은 전셋값의 흐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서울시가 전세시장에 영향이 미미한 물량까지 모두 포함시켜 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8000가구다. 이는 지난해 11월 예측했던 2만5000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시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시기가 앞당겨졌음을 이유로 들었다. 둔촌주공의 가구수는 1만2032가구다. 둔촌주공 조합은 지난해 말 임시총회를 열고 공사기간 단축에 합의하고 내년 1~3월이었던 입주시기를 올해 11~3월로 변경했다. 다만 이를 아직 공식 공지하지는 않았다.

서울시가 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올해 입주예정물량지도./서울시 홈페이지

시가 밝힌 올해 입주물량은 지난해 물량인 3만2879가구보다도 5000가구 많은 물량이다. 이와 함께 내년도 입주물량을 4만8000가구로 잡아 향후 2년간 8만 6000가구의 아파트가 서울에서 집들이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표된 서울시의 통계를 액면 그대로 본다면 이는 전세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입주물량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41주 연속 상승했다. 올해 1월에만 0.30% 올랐다.

다만 민간 통계기관인 부동산R114의 예측치 1만1107가구와는 3배 이상 차이나 시장에서는 어떤 통계를 믿어야 할지 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R114는 입주공고를 기준으로 통계를 예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의 통계가 예측치일 뿐만 아니라 시장 안정을 위한 목표치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이 있다. 시는 통계를 발표하면서 “민간기관이 과소 산정해 내놓은 입주전망 정보가 마치 사실인 듯 공유되면서 시민과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가 발표한 올해 물량을 살펴보면 역세권 청년주택이 7000~8000가구와 입주시기가 공지되지 않은 후분양 단지 3000~4000가구, 30가구 미만의 나홀로 가구 등이 모두 포함됐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청년들을 중심으로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 전세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또 후분양 단지의 경우 해를 넘기는 일도 많아 정확하게 올해 안에 입주를 한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전세가 급등을 감안해 지나치게 물량을 끌어모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청년 임대주택의 경우 청년들을 대상으로 몇 백 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나는데 이 물량을 입주물량으로 봐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입주를 하는 모든 아파트의 물량을 확인해서 포함시킨 것이 서울시의 통계”라면서 “민간기관의 경우 ‘둔촌주공’ 물량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는 입주물량의 정확도를 더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통계기관에 정기적인 회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가 아파트 입주물량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2월, 8월, 11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당초 상·하반기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