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쉑쉑버거가 있던 자리(신논현역 5번 출구 인근) 월세가 1억3000만원이었는데 작년에 건물주가 1억5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해서 옮긴거에요. 강남대로는 다른 상권이랑 다르게 임대료가 절대 내려가지 않아요. 특히 중대형 상가는 들어오고 싶다고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강남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

강남대로 일대의 비어있는 1층 상가 /오은선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출구에서 신논현역 6번출구까지 이어지는 강남대로 일대 건물들에서는 ‘임대문의’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통째로 비어있는 상가건물을 비롯해 특히 1층 상가가 비어있는 건물들이 많은 점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이후 강남역 일대 상권은 대로변 뒷편 골목을 중심으로 회복중이었다. 주말 오후 강남역 카페는 가는 곳곳마다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수치로도 소규모 상가는 공실률이 사실상 없고,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차츰 낮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대로 뒷편의 골목. 소규모 상가들이 밀집해 있다. /오은선기자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대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9.9%로 10% 이내로 내려왔다. 2022년 1분기 상가 공실률이 13.1%까지 치솟았지만 점차 회복하고 있다. 소규모 상가는 2022년 1분기 22%에서 빠르게 회복, 지난해는 계속 0%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강남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유입 등으로 상권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투자수익률도 지난 한 해 조금씩 회복했다. 강남대로 중대형상가 투자수익률은 2022년 1분기 1.87%였지만 같은해 4분기 0.57%까지 추락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차츰 올라 지난해 3분기는 1.08%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대로변의 중대형 상가는 여전히 수년째 공실인 상태로 남아있었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15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1층이 전부 비어있는 상가가 있는데, 이 곳은 공실이 된지 2년이 가까이 돼 가고 있다. 통으로 비워져 있는 건물 역시 2021년 1층 상가가 가게를 이전한 이후 채워지지 않았다.

강남대로 일대의 통째로 비어있는 상가 /오은선기자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 연면적 330㎡ 이상 상가를 말한다. 음식점이나 옷가게같은 판매시설, 헬스장으로 대표되는 운동시설, 학원이나 병원 등 규모가 큰 업종이 주로 들어온다. 그러나 강남역은 규모가 클수록, 대로변으로 나와 있을수록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주로 법인이 안테나샵(주요 고객층의 동향이나 트렌드 변화 등을 감지하는 목적으로 하는 가게)으로 중대형 상가를 임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역의 소규모 상가는 음식점 위주의 상권으로 형성됐다.

장기 공실인 중대형 상가의 경우 임대료가 낮아져야할 것 같지만 강남역은 다르다.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추느니 공실로 두고 한 번에 우량 임차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법인 등 우량 임차인이 들어오게 되면 건물 가치가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법인들도 높아지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는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강남대로에 있는 중대형 상가는 공실이 있다고 해서 일반 사람들이 계약하기는 어렵다”며 “월세가 워낙 비싸 한 두달 내고 못 낼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예 임차를 해주지 않고 미국 햄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 같이 튼튼한 법인이 뒷받침되는 업종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대로 일대의 비어있는 1층 상가 /오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