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개통과 각종 랜드마크 건설 등 개발 호재가 몰린 마포·서대문·은평구가 포함된 서울 서북권 지역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 서울 전체 공급 물량 중에서 서북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해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4일 부동산인포가 부동산R114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이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564가구다. 이 중 마포·서대문·은평구가 속한 서북권의 입주 예정물량은 2210가구로, 전체의 5.9%다. 강남·강동·서초·송파구 등이 포함된 동남권(1만8098가구)과 강북·동대문·성동·중랑구 등이 있는 동북권(1만3757가구)과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서북권에 다양한 개발 호재가 몰려있어 향후 수요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우선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은평구다. ‘서북권 교통 요충지’인 연신내와 불광동을 끼고 있는 은평구에는 오는 2027년까지 서울시립대학교 은평캠퍼스를 포함한 ‘서북권 융복합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강남 코엑스(46만㎡)보다 큰 48만㎡ 부지에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와 800가구 규모의 공공형 주거단지, 복합문화쇼핑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양 운정에서 출발해 연신내역을 거쳐 서울역, 삼성, 성남, 용인, 동탄 등으로 연결되는 GTX-A가 오는 2024년에 개통하는 등 교통 호재도 있다.
마포구도 호재가 예고돼 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콘텐츠, VR 거점지역으로 지정된 마포구 상암을 비롯해 ‘서울형 R&D 지원사업’ 분야에 38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의 차기 랜드마크가 될 ‘서울링’도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관람차 서울링을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할 예정이다.
서대문구에는 ‘강북횡단선’ 신설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KDI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강북횡단선은 영등포구 목동에서 출발해 DMC, 서대문구청, 정릉 등 상대적으로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지역을 지나 청량리까지 연결되는 서북권을 관통하는 노선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미 서북권 집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2월 6억7000만원에 매매된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44타입은 지난달 9일 7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6개월여 만에 6000만원 가량 올랐다. 지난 5월 14억8000만원에 손바뀜한 마포구 공덕자이 84타입은 지난 13일 16억5000만원어 거래되며 1억7000만원 오른 수준을 보여줬다. 서대문구의 DMC래미안e편한세상 84타입도 지난 7월 11억2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문제는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향후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누계 기준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총 1만5229가구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7%가량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착공도 상반기 8639가구로, 지난해 동기 대비 65.7% 떨어졌다.
서북권에는 이미 은평뉴타운과 수색증산·가재울·아현뉴타운 등에서 대규모 공급이 끝난 상태고, 당장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여력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올해 서북권 3구에 위치한 단지들은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이 마감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사업을 통해 공급된 ‘새절역 두산위브’로, 지난 5월 진행된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78.9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6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소재의 ‘DMC 가재울 아이파크’도 평균 89.85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북권은 강남 등 동남권과는 달리 재건축이 아니라 재개발을 통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라며 “지역 주민들끼리 합의도 더디고, 특히 상가나 꼬마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시큰둥하기에 재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향후 서북권의 공급 절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기존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진행하면서, 신규 공급이 이를 뒤따라가도록 세금 관련 규제를 풀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