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나오자 건물마다 ‘임대문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1층 상가 3개가 전부 공실로 남아있는 건물도 있었다. 일일 유동인구가 100만명을 넘는 강남대로에서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는 1층 상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있는 한 상가건물의 1층이 모두 공실로 남아 있다 / 김송이 기자

서울숲 등 새롭게 뜬 상권들의 공실률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역 상권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남역에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방면 약 500m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총 57개 중 영업 중인 상가는 31개 뿐이었다. 전체의 54.4% 수준이다.

실제 통계로도 강남역 상권의 침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중대형상가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강남대로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1.6%로 작년 4분기와 비교해 0.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동의 공실률은 43.5%에서 37.6%로, 신촌·이대 공실률이 9.1%에서 6.9%로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점포들도 강남역을 떠나고 있다. 강남대로에 있던 에스쁘아 강남점은 지난달 24일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2015년 리뉴얼 오픈한 지 약 8년 만이다. 10번 출구 인근에 있던 신발 멀티샵 슈마커도 작년 말 강남점 매장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강남역 상권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꼽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강남대로 1층 전용면적 168㎡(51평) 상가는 보증금 10억원에 월 임대료가 5000만원에 달한다. 임대료와 별개인 관리비도 상가에 따라 월 수백~수천만원이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다. / 김송이 기자.

강남권에서도 강남대로 상가의 임대료는 가장 높은 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1㎡당 10만6900원으로 강남 평균(5만7500원)의 2배에 달한다. 서울 전체로 봐도 1㎡당 임대료가 18만9200원인 명동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대로 상가는 임대료가 수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너무 높아 웬만한 프랜차이즈 법인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공실이 발생한다 해도 임대료를 내리는 건물주는 찾기 힘들다. 개인 점포는 사실상 강남에 점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강남역은 유동인구가 많아 수요가 뒷받침되는 데다 일반적이 상권과 달리 웬만한 업종은 허가가 나는 곳”이라며 “보통은 공실이 늘어날수록 상가 가치가 떨어지지만, 강남역 상권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더구나 강남역 건물주들은 자본력이 있어 공실에 큰 타격이 없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수동 등과 비교해 상권 자체의 특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대로 상가는 임대료가 높다보니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어진 상태”라며 “요즘엔 상권 입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