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26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배낭을 멘 외국인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과거 명동을 가득 채웠던 중국인 관광객보다는 서양인들과 일본인,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훨씬 많았다. 이 때문에 깃발을 든 단체 관광객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왔거나 혼자 방문한 여행객이 많았다. 이들은 길거리 음식점과 점포, 화장품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에 바빴다.
이날이 여행 첫 날이라는 프랑스인 비비(41·여)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좋은 여행지라고 추천을 해 2주간 방문하게 됐다”면서 “풍경과 사람들, 음식이 특히 좋다고 얘길 들었다”고 했다.
두 자녀와 함께 한국을 찾은 대만인 우영(44·남)은 “아이들이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해 여행지로 결정했다”면서 “음식도 대만과 크게 이질감이 없어 여행을 잘 즐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텅 비다시피 했던 서울 도심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노인들만 주로 방문했던 종로3~4가에도 최근 외국인들과 젊은 한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을지로가 이른바 ‘힙지로’로 뜨고, 익선동, 순라길 등 종로의 후미진 골목들이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생겨난 일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찾는 인사동도 여행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종로3가 대로변에는 최근 탐앤탐스, 커피빈 등 커피 프랜차이즈가 속속 입점하면서 쇠퇴했던 상권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종로 일대에서 외국인에게 길 안내를 해주던 홍모(27·여)씨는 “중국인보다는 대만, 태국인들이 많이 길을 묻는다는 게 과거와는 다른 점”이라면서 “골목 골목에 있는 맛집들을 알아와 물어보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전환되면서 하늘길이 열리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은 매달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외국인은 273만7459명으로 전년 동기(44만7335명)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년 간 방문했던 외국인(339만9명)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 주로 몰리고 있는 서울 도심의 임대료도 꿈틀대고 있다. 특히 종로와 명동의 임대료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종로일대는 소규모 상가 임대료가 전기대비 0.78%, 명동은 0.20% 상승해 도심지역중 오름폭이 상당히 큰 편으로 나타났다. 명동의 경우 상승폭 자체는 크지 않으나 당초 임대료 수준이 3.3㎡당 45만5700원으로 도심지역 전체(21만8100원)의 두 배 이상 높다. 투자수익률도 올라가고 있다. ‘힙지로’로 뜬 을지로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전기대비 0.22%p 오른 1.00%에 이른다.
명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코로나19가 유행했던 당시보다 상당폭 회복됐다”면서 “목 좋은 자리에 1층이 우선적으로 나가고 있다 이면도로의 2~3층은 더디지만 그래도 수요는 있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곳곳의 ‘임대’ 안내판을 붙인 점포도 여전히 적지 않았다. 명동의 경우 길거리 음식점을 늘어선 메인거리에서도 여전히 공실을 볼 수 있었다.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21.5%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42.1%)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통상 공실률은 5% 이내가 적정수준이라고 본다”면서 “아직은 도심의 상권이 회복되는 중으로 갈수록 공실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