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악화로 아파트 여러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나 법인의 물건이 한꺼번에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몰렸던 강원도나 충북, 충남 등을 중심으로 이런 추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26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경매 물건으로 나온 아파트 중 한 사람이나 법인이 보유했던 여러채가 한꺼번에 경매로 나온 사례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물건을 ‘관련물건’이라고 한다.

지난 23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뉴스1

강원도에서는 경매가 진행중인 물건이 75건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3건이 관련물건이다. 일례로 강원도 태백에 있는 ‘태백황지청솔아파트’(2001년 준공)의 경우 14건이 무더기로 나왔는데, 모두 ‘진달래’라는 이름의 회사가 2013년 매입해 소유한 것이다.

충북에서는 진행중인 물건 129건 중 71건이 관련물건으로, 전체 물건 중 55%에 달한다. 청주 서원구에 있는 ‘삼포그린힐아파트’(2014년 준공)에서는 ‘상은에스테이트’라는 회사가 보유한 아파트 13채가 한꺼번에 경매로 나왔다. 상은에스테이트는 해당 물건을 작년 3월 매입해 전세를 주고 있다.

충남에서도 전체 99건 중 36건(36.4%)이 한꺼번에 경매로 나온 관련물건이다. 충남 아산시 좌부동 ‘초원설화타운’은 5채가 경매로 나왔는데 모두 최모씨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 논산시 대교동 ‘논산인터불고코아루 아파트(2016년 준공)’는 6채가 경매로 나왔는데, 모두 2018년 해당 물건을 매입한 ‘우재홀딩스’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강원도와 충남, 충북에 비해 다른 지역에서는 관련물건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경매물건 중 경남에서는 194건 중 12건이 관련물건으로, 비중이 10%가 채 되지 않았다. 경북과 전북의 경우 각각 122건 중 22건(18%), 74건 중 4건(5%)이 관련물건이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서도 관련물건의 비중이 낮다. 경기도에서는 전체 353건 중 91건이, 서울에서는 136건 중 7건이 관련물건이었다. 인천을 제외한 5대 지방광역시에서도 경매로 나온 아파트 물건 중 관련물건의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지방에서 일부 법인이나 개인이 소유한 아파트가 무더기로 나오는 것은 정부 규제를 피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저가주택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다수의 경매물건은 유동성 위기에서 시작된다”면서 “보유주택이 많은 다주택자나 법인일수록 금리인상 등 시장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고 했다. 그는 “이자와 세금 등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한꺼번에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 규제가 강화된 2019년부터 2022년 7월 말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저가주택을 2건 이상 구매한 개인은 모두 4만1968명에 달했다. 이들이 사들인 주택은 11만4670가구, 구매금액은 총 16조9062억여원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경매로 나온 물건을 보면 1000만원, 2000만원 갭(매매가와 전세가격의 차이)으로도 구입할 수 있었던 아파트가 많다”면서 “과거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법인·다주택자의 물건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경매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만큼 앞으로도 관련물건이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