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로 장기표류했던 송도 역세권 개발사업(옛 ‘옥골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재개됐다. 인천시가 송도 역세권 개발사업의 시행자를 삼성물산으로 변경해 사업을 재개시켰다. 삼성물산은 송도역세권 사업 부지 60%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가뜩이나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삼성물산에게 가장 골치 아픈 사업 중 하나였는데 해결의 물꼬를 튼 셈”이라고 평가했다.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도/인천 연수구 제공

2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는 지난 17일 옥련동 104번지 일대에 민간이 추진 중인 송도역세권 개발사업의 사업 시행자를 사업조합에서 삼성물산으로 변경해 지정했다. 이로써 지난 2월 이후로 중단됐던 공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송도 역세권 개발사업은 연수구 옥련동 104 일대 29만1725㎡에 공동주택 2862가구와 상업건물, 공원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2008년에 처음으로 추진됐고, 이후 사업구역 내 KTX 송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부지가 포함되면서 송도 역세권개발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일대는 삼성물산이 보기 드물게 시행과 시공을 함께하는 자체 개발사업지다. 삼성물산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다른 건설사 대비 부동산 개발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이 사업은 2010년에 시공을 맡았다가 시행사의 채무 불이행으로 삼성물산이 채무를 떠안으며 부지의 60%를 확보하게 됐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여신거래 약정 위반으로 해당 채무가 불이행되자 시공을 맡았던 삼성물산이 2012년 4080억원 가량 채무를 안고 부지 60%를 갖게 된 것”이라면서 “당시 삼성물산이 시행사 신용 보강을 위해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삼성물산 내부에서도 시공 참여, 채무인수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한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로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해당 사업 부지는 효자로 등극했다. 송도 아파트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집값도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0억원을 넘기는 등 사업성 좋은 곳으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송도역세권개발사업은 2020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역시 개발사업은 쉽지 않았다. 이번엔 조합과 조합원 물량 아파트에 대한 원가제공, 조합 내 의결권 확보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결국 송도 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공정률 30% 상태에서 지난 2월 건설을 멈췄다.

상황은 인천시가 나서면서 바뀌었다. 공사 중지기간이 길어지고 갈등이 깊어만 가자 인천시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인천시는 조합과 업무 대행사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시행자였던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에 업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천시 입장에서는 KTX 송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공사가 계속 늦어지는 것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발 KTX 개통은 2024년 말로 예정돼 있다. 이에 맞춰 KTX 송도역 복합환승센터가 완성되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앓던 이’를 드디어 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0년 이후로 12년간 속 썩여왔던 사업이 이 정도로 해결이 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지에서 잡음이 나는 걸 싫어하는 삼성물산 입장에서 조합과의 갈등이 이렇게 해결된 것은 천운이 따라줬다거나 내부에서 이해관계자를 움직일 전략수립을 잘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꽤 많았던 곳”이라면서 최대 지분자로서 조합과 사업비 문제로 갈등이 있었지만, 인천시 중재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시행사 지위를 취득했고 앞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허가 협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