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 ‘선재하공법’에 대한 검증결과가 다음주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공법이 안정성을 인정받게 되면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를 비롯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들이 일제히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건기연의 ‘신기술·신공법 검증위원회’는 다음주 중 선재하공법에 대한 안정성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이 공개실험을 진행한 뒤 2차 안전성 검토를 신청했고, 이에 대한 기술 검증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선재하공법은 층수를 높일 때 커지는 하중을 보조 말뚝으로 분산해 주는 기술로, 2015년 리모델링 업계에서 제안했다.
대치2단지 조합은 지난해 1차 실험에서는 층을 올렸을 때 내부 하중을 견뎌내는지를 검증했다. 이어 지난 5월 아파트 외부에서 하중 실험을 진행하고 침하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했다. 이 결과를 건기연에 제출했고, 내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신기술·신공법 검증위원회에서 이를 검증하기로 한 것이다.
대치2단지는 송파구 성지아파트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수직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성지아파트의 경우 지반이 단단해 보강기술이 필요없었지만, 대부분의 수직증축은 지반의 침하를 막기 위한 보강기술이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대치2단지는 총 1758가구로 1992년에 준공됐다. 이 단지는 3개층을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1988가구로 거듭날 계획이다.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건 2008년으로 사업이 지연되다가 2020년 5월 건축 심의를 통과한 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은 “선재하공법에 대한 검증을 지난 6월에 신청했고 8월 중 그 결과가 나온다”면서 “검증 결과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대치2단지 조합은 선재하공법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수평증축 등 또 다른 사업방식을 택해야만 한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신기술, 신공법을 검증할 만한 공인기관이 없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건기연,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공인기관의 역할을 하게 끔 조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차 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번번히 수년씩 걸렸던 수증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낼 여지가 생긴 것이다.
수직증축은 기존 아파트의 층수를 올려 기존 가구수의 15%, 최대 3개층까지 더 늘리는 리모델링 방식으로, 수평증축보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오는 만큼 수익성이 높아 다수의 사업장에서 이를 추진 중이다. 건기연 내 신기술·신공법 검증위원회는 현재 선재하공법 검증의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이다.
최기선 건기연 건축안전연구센터장은 “개발자인 조합이 검증을 의뢰했고 2차 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기술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증위원회에서는 선재하공법 기술 자체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주 열릴 신기술·신공법 검증위원회에서 선재하공법에 대한 안정성이 입증된다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치2단지는 물론 대치현대아파트, 송파현대아파트, 가락쌍용1차 등 수직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들이 재건축 규제완화가 더뎌지자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이 기술의 안전성 검증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 대부분은 수평증축보다 사업성이 높은 수직증축을 원하지만 기술력이 큰 벽이었다”면서 “신공법이 안전성을 입증받게 되면 수직증축 사업이 상당한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