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도입되면서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감소를 위한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확인 결과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재시공보다는 배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층간소음 방지라는 원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DL이앤씨,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금호건설 등 중견건설사도 최근 바닥재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설계법 연구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오는 8월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는 공동주택(아파트)에 대해 아파트를 다 짓고 난 뒤 현장에서 층간소음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가 도입된 데 따른 것이다.
사후확인제가 도입되면서 검사 기준과 방법도 까다롭게 바뀌었다. 지금까진 층간소음을 실험실에서 측정해 인정된 바닥구조만 사용하도록 하는 ‘사전 인정제도’로 아파트 층간소음 성능을 평가해왔다. 앞으로는 아파트를 완공한 뒤 사용검사 승인 단계에서 샘플 세대를 선정해 층간소음을 평가한다. 측정 기준도 강화했다. 경량충격음(가볍고 딱딱한 충격)과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 모두 49데시벨(㏈)을 넘어선 안 된다. 이전까진 경량 충격음은 58㏈, 중량충격음은 50㏈이 기준이었다.
만약 층간소음이 기준 이상 발생하면 검사권자(한국토지주택공사나 국토안전관리원)는 건설사에 보완시공을 하거나 배상을 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권고를 받으면 시공사는 해당 현장의 공정률 등을 고려한 시정조치 기한 등을 정해 1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경우 보완시공보다는 배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건축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을 보완 시공하기 위해서는 전 세대의 골조와 마감재를 재시공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시공을 하지 않으면 배상을 해야 하는데 배상 비용이 재시공 비용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공사비나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요즘 같으면 더 그렇다. 올 들어 철근, 레미콘, 벽돌, 알루미늄거푸집 등 대부분 건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오른 데다 공사비도 20% 가량 뛰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이 계속 오른다면 재시공보다는 배상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층간소음에 따른 법적 인정 위자료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후확인제 자체가 ‘권고’ 형태로 이뤄져있다는 점도 문제다.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재시공을 하지 않으면, 소유주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꾸려 법적 절차나 합의 절차를 밟는 수 밖에 없다. 법령이 정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소송 등을 통해 피해보상을 도모할 수는 있지만, 실제 층간소음 감소 취지와는 다른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은 “건축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에 대한 보완 시공은 시공방법과 건축구조상 쉽지 않고 사업주체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보완 시공보다 손해배상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러한 조치를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정하다보니 층간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