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완화 방안을 내놓자 ‘다주택자’를 제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까지 보유세를 인하해주면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주로 똘똘한 한채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줘야 세입자에게 세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똘똘한 한채’ 심화” vs “다주택자 보유세 완화 기대 여전”
정부는 30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오는 3분기 중으로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계산할 때 모두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종부세는 현재 100%로 적용돼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는 방식을 통해 공시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도 이달 중 마무리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을 2년으로 완화하고, 세대원 전입 요건 삭제 ▲다주택을 해소한 1세대 1주택 비과세 보유∙거주기간 재기산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20~30%P) 폐지 등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시장의 매물을 유도하되 1주택자의 보유 부담은 나추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경감은 1세대 1주택자에게 선별 집중하고, 보유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퇴로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경감은 혹시나 모를 집값 불안을 의식해 배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시장 양극화 분위기는 유지될 전망”이라면서 “강남권, 한강변, 우수학군 및 학원가 주변, 교통망 확충 예정지, 5년이하 신축 등의 주택 1채 키워드가 선호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대되는 의견도 나온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경감책을 내놓은 만큼 기대감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액을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1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 팀장은 “최근 급격하게 올라왔던 보유세 부담을 적어도 1주택자에 대해서 줄일 수 있어 의미가 있다”면서도 “여당 쪽에서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다주택자 보유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할 것 같다”고 했다.
◆”다주택자에 보유세 경감해야 임대차 시장 안정”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보유세 부담도 낮춰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를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가해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4월 서울지역 임대차 중 월세 비중은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며 전세를 추월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주택자의 경우 보유 5년이 넘어가면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아 경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면서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1주택자에 한해 보유세를 낮춰주는건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면서 “임차를 하는 다주택자에게도 보유세를 낮춰줘야 전월세로의 전가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올해 기준의 공시지가가 있는데 지난해의 공시지가를 적용하는 것은 조세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차라리 보유세에 적용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큰 폭으로 인하하는 것이 나았다는 것이다.
박합수 겸임교수는 “2022년 공시가격이 있는데 2021년을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공시가격을 근거로 하는 각종 세금에 대한 저항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 정부는 지역·주택가액별로 60~70%로 제한되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80%까지 확대된다. 이와 함께 청년층 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 소득 반영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50년 초장기 모기지를 8월 선보이기로 했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추세를 고려한 방침으로 결과적으로 대충 가능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강보합 수준으로 유지되는 집값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완화책을 상당이 많이 담았다”면서 “다주택자 보유세 경감안은 집값을 염두에 두고 제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