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프롭테크(부동산에 정보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업계에도 악영향를 미치는 모양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표 프롭테크 기업 중 하나인 집토스가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본사의 기획자와 개발자 등 일부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집토스는 원룸을 중심으로 성장한 대표 주거 중개플랫폼이었다. 이 회사는 연 매출 30억원, 누적 투자유치금액 9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프롭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집토스 정도면 손꼽히는 프롭테크 회사였는데, 이렇게 투자가 어려워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시중 투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추가 자금 유치를 우려하는 곳들도 여럿이다. 프롭테크 기업 D는 추가 투자유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창업자간 갈등까지 생기면서 우려가 커졌다. 이 회사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갈등이 생기면서 지분정리나 투자진행이 복잡해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이 회사 창업주는 “투자 논의 진행도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고, 공동 창업자 지분은 조만간 정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서비스를 종료한 프롭테크도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프롭테크회사인 리판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서비스를 종료하고 업태를 투자 등으로 전환했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방향을 빨리 바꾼 것으로 안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이사의 도전으로 눈길을 모았던 곳이라 ‘프롭테크’로 수익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느꼈다”고 했다.

프롭테크 기업들이 때 아닌 혹한기를 맞은 것은 거시경제 영향 탓도 있지만 그간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큰 이유로 꼽힌다. 중개서비스, 부동산 정보 서비스, 리모델링 서비스 등 광고 이외에 다양한 방식의 수익모델을 마련하려고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중 중개서비스의 경우엔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갈등을 크게 빚기도 했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들도 프롭테크의 미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을 바꾸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주로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보면서 투자를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수익모델을 확실히 완성했는지 확인하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한다.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롭테크 분야에서 수익모델을 확실히 한 곳은 알스퀘어나 직방, 다방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유망분야로 꼽히면서 우후죽순 관련 회사들이 생겼다가 작년 말부터 솎아내기가 진행되며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프롭테크 업계 내부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 들어 주택시장의 거래는 활발치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주택시장은 약보합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엔 월간 활성사용자는 더 줄어들고 광고 등에 의존하는 수익모델만 가진 경우엔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투자가 끊기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프롭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 이후로 주택부터 부동산 시장 전반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많은 프롭테크 업체가 생겼는데,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약세장을 경험해본 적 없는 곳”이라면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곳만이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