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가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호재가 많은 것에 비해 가격이 착한 것 같다고 하는 분도 있더라고요.”(서울 은평구 응암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게 오르고 있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신분당선 등 호재가 있는데도 그동안 덜 올랐다는 인식이 퍼진데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도 많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평구는 갈현1구역(4116가구), 대조1구역(2451가구), 불광5구역(2387가구) 등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갈현1구역과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엔 2024년 GTX-A 노선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4월 셋째주) 은평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4월 둘째주)보다 0.12% 상승했다. 상승폭은 서울 25개구 중 최대였고 서울 평균(0.01%)을 크게 웃돌았다.
다른 통계인 KB국민은행 주간KB주택시장 동향에선 같은 기간 상승폭 0.08%를 기록했다. 서울 내 상승폭 순위는 전주(4월 둘째주·0.01%) 20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은평구 자체적으론 17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또 한국부동산원은 은평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16주 동안 이어진 하락세를 끝내고 최근 2주 연속 보합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세가 반등한 실거래 사례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응암동 힐스테이트백련산4차 84㎡는 지난해 6월 11억9500만원(9층)에 신고가 거래된 후 지난달 19일 10억5000만원(14층)까지 하락했지만, 같은 달 30일 10억9000만원(9층)으로 다시 4000만원 올랐다. 백련산SK뷰아이파크 59㎡ 역시 지난해 8월 10억4000만원(20층)으로 신고가 거래된 후 지난 2월 9억원(11층)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일 9억6000만원(16층)으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부동산 전문가와 지역 공인중개업소는 서울 전체적으로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그동안 호재에도 집값이 많이 내린 것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은평구는 지난해 12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25개구 중 가장 먼저 하락 전환했고 이후 지난주까지 누적 하락폭도 성북구 다음으로 컸다. 은평구의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8억2320만원으로 서울 25개구 중 19위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GTX 등 호재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안 올라 저렴하다는 메리트(장점)가 부각된 것 같다”면서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 임차인들이 오는 8월부터 시작되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매매로 갈아타려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전체적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에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평구는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키 맞추기가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