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학급당 학생수 문제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다수 조합이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학생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는데, 용인교육지원청에서 수지구 일대에 학생을 추가 배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학교를 새로 지어야 리모델링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용인시청은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일대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4개 단지(신정8단지현대성우, 보원, 초입마을(삼익·풍림·동아), 신정마을9단지)의 조합들에게 당장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4개 조합은 안전진단 통과 후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용인시에 도시계획심의를 요청해 둔 상태였다.
용인시청이 이런 의견을 전달한 것은 심의 전 진행된 유관기관 협의 과정에 용인교육지원청이 풍덕천동 인근 수지1·2중학군 내 중학교에 추가로 학생을 배치하기 어렵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용인교육지원청 측 설명에 따르면 지원청은 내부 지침에 따라 수지1·2 중학군의 학급당 학생수가 각각 평균 32명, 33명이 되도록 배치하고 있는데, 리모델링으로 학군 내 학생 수가 많아질 경우 이 기준을 넘어설 수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심의를 앞둔 4개 조합은 모두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신정8단지현대성우의 경우 184가구(1239가구→1423가구)가 늘어날 예정이며, 보원은 92가구(619가구→711가구), 초입마을은 186가구(1620가구→1806가구), 신정마을9단지는 102가구(812가구→914가구) 증가된다. 사업이 완료되면 4개 단지에서 총 564가구가 늘어난다.
그러나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용인시 수지구에서는 학교 신설 전 거쳐야 하는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곳이 없다. 따라서 단기간 내 학생배치 문제가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예정이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용인교육지원청에서 학생 추가배치가 어렵다고 통보한 후 중학교를 신설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용인시청과 협의하고 있지만 수지구에는 학교부지로 쓸 만한 곳도 많지 않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이번 결정의 파장은 용인시내 리모델링 조합 전체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용인의 리모델링 조합은 대부분 수지구에 몰려있는데, 수지구 내 중학군 3곳(수지1중학군, 수지2중학군, 죽전중학군) 중 2곳에서 사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사업 심의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4곳 외에도 ▲동부 ▲한국 ▲현대 ▲삼성1차 ▲신정1단지주공 등 리모델링 조합들이 수지1·2중학군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동문아파트까지 합치면 총 10개 단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수도권의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용인시내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도 높고 대지지분이 적어 기부채납이 쉽지 않은 탓에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학급 당 학생수 문제로 제동이 걸리면 용인에서는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경기도 내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과밀학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28명 아래로 줄이기로 하면서 학교 신설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초·중·고 학급을 통틀어 학급당 28명을 넘는 학급이 절반에 가까운 1만7481학급(43.2%)에 달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차기 정부에서는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들고 있는데, 1기 신도시처럼 비슷한 시기에 대량으로 지은 아파트가 많은 곳에서 이를 허물고 다시 짓게되면 교육시설 등 기반시설 용량에 한계가 걸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정비사업 활성화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