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계룡시 두마면 농소리 계룡대실도시개발구역(이하 대실지구). 커다란 빈 땅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지만, 상업시설지역 4만7000여㎡ 규모 부지는 들풀로 가득차고 있었다. 작은 나무 푯말로 ‘이케아 입점 예정 부지’라고 써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케아 입점, 다 거짓말입니다. 아무도 안 들어와요”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케아코리아가 충남 계룡시에 계획했던 출점을 포기했다는 소식에 계룡시 일대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케아 매장이 들어서면 관련 노동 인구가 지역에 새로 유입되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한 바가 컸던 만큼 충격도 큰 모양새다.

계룡시 대실지구는 충남 계룡시 두마면 농소리, 금암동 일대에 조성됐다. 2004년 도시개발구역 지정 후 2018년에 부지 조성을 마무리했다. 계룡 대실지구는 연면적 60만5359㎡로 4000여가구, 1만1000명 입주 예정 도시로 기획됐다. 계룡 푸르지오 더 퍼스트, 계룡 한라비발디 더 센트럴, 계룡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분양을 마치고 입주를 앞둔 상태다.

이케아 계룡점 부지 항공뷰/네이버 지도 제공

17일 계룡시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서는 당분간 토지 매매나 프리미엄을 얹은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낙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케아가 출점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올해 8월 입주 예정인 계룡 푸르지오 더 퍼스트 84㎡ 분양권엔 1억~1억5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이케아 출점 포기 소식 이후로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입주자 선정 날로부터 1년이 지나 분양권 전매가 일부 진행됐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자 당첨일로부터 1년이 지난 이후로 전매가 가능해지자 계룡에도 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붙어 좋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문의가 싹 없어졌고 이제 살 사람도 없다고 본다”면서 “작년까지야 분양마다 ‘완판’이었다”고 했다.

대실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계룡자이는 청약에서 최고 242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계룡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일부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한 사람들 사이에선 분쟁의 조짐이 나고 있다. 계룡자이의 경우 입주자로 선정된 날로부터 3년간 전매가 금지여서 아직 전매가 불가능한데, 일부 계약금이 오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 계룡점 조감도/계룡시청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룡자이는 지난해 입주자를 선정해서 아직 전매가 가능하지 않은데, 일부 전매를 약속하고 프리미엄을 붙여 계약금이 오간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거래는 원래 위험한 거래라 분쟁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케아코리아가 출점을 포기하면서 인근 토지를 매입해 상가를 지은 사람들도 울상이다. 분양이나 임대에 나서야 하는데 호재가 통째로 없어진 격이기 때문이다. 두마면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 뭐가 있다고 아파트를 새로 짓고 상가 부지를 확보하고 그랬겠나. 군무원이나 군인들이 임기 단위로 오고 가는 곳인데. 좋은 시절 이제 안 온다고 본다”고 했다.

계룡시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는 하나 딱히 묘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케아코리아는 2016년 10월 계룡 대실지구 4만7000여㎡ 부지를 매입하면서 토지매매리턴권을 보장 받았다. 토지매매리턴권이란 토지를 매입한 사람이 일정 기간 후에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계룡시가 이케아의 건축허가 취소 신청을 승인하면 이케아는 원금과 이자(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를 돌려받게 되고 LH에게 땅이 다시 귀속된다.

LH 관계자는 “쉽게 팔리지 않았던 땅이라 토지매매리턴권을 부여했던 것이고, 약정에 리턴권 행사시 정기예금 이율을 붙이기로 했던 것”이라면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계룡시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