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도장을 쾅, 찍어주니 오늘에만 매물을 거두겠다는 집주인이 다섯이 넘었어요. 매수자가 바로 가계약금을 쏘겠다고 했는데, ‘그 가격에는 못 팔겠다’면서 거래가 결렬된 사례도 있었고요.(안산시 본오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안산 상록수역 역사 전경. /최상현 기자

지난 24일 찾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상록수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전반적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부동산 마다 전화기가 끊임없이 울렸고, 중개업소 직원들은 “매물이 별로 없다. 빨리 움직이셔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GTX C노선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4개 추가역을 실시협약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기존 10개 역에 더해 왕십리·인덕원·의왕·상록수역 등 4개 역의 추가 정차가 합의된 것이다.

안산 상록수역 인근은 지난해 초부터 유난히 GTX C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지역이다. 지난해 초에는 GTX C가 정차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삽시간에 가격이 두배로 뛰었던 바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안산 상록구 본오동 ‘본오주공’ 전용면적 59㎡는 지난 2021년 1월 26일 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이틀 뒤인 28일에는 같은 면적이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본오동 K부동산 관계자는 “작년에 처음 GTX 호재가 부상했을 때는 3일 내내 손님이 줄서서 집을 보러 올 정도였고, 일대 아파트 가격이 두배로 뛰었다”면서 “오늘은 호재 수준이 아니라 GTX 정차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보니 파급력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시 사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하루종일 매수를 문의하는 전화를 받느라 점심도 걸렀다”면서 “작년에 2억대였던 아파트가 지금 6억원이 넘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난 1988년 준공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본오동 ‘월드 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거의 소진된 상황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재건축 아파트라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GTX 소식이 들려오며 그나마도 쏙 들어가버렸다”면서 “거래가 보다 원활한 다른 단지는 집도 안보고 가계약금부터 밀어 넣은 케이스도 꽤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본오동 일대 ‘에버그린 우성’ ‘상록수 태영’ ‘신안2차’ ‘상록수 한양’ 본오주공’ 등 아파트들은 대부분 1990년대 초·중반에 준공된 것들이다. 월드 아파트 외에는 아직 뚜렷하게 재건축이 본격화된 단지가 없지만, GTX C 개통 시점에 맞춰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먼 미래를 보고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상황이다.

본오주공 인근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나와있는 매물 가격이 오늘만 2000만~3000만원씩은 다 올랐다”면서 “주공 아파트의 경우 준공년도가 1996년으로 아직 재건축 연한이 다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지지분이 많아 개통 이후를 보고 매입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했다.

상록수역 외에도 함께 GTX C 추가역 목록에 오른 인덕원·의왕역 인근도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인덕원역이 있는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거래가격보다 1억원 낮은 급매가 아니면 매매 자체가 안될 정도로 얼어붙어 있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서 가격을 올려놓은 매물만 남아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인덕원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인덕원마을삼성’ 전용면적 59㎡의 호가는 9억5000만원에서 12억원까지로 형성돼 있다. 앞서 지난 1월 같은 전용 면적이 각각 8억9000만원과 8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의왕역 인근 경기도 의왕 삼동 ‘의왕파크푸르지오’도 전용 84㎡가 지난 1월에 이전 거래가격(10억5000만원)에서 3억원가량 낮은 7억75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지만, 지금은 호가가 11억~12억원에 형성됐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금 문제 때문에 정말 급한 분이 아니라면 급매를 내놓은 매도인들도 ‘한번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숨고르기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도 대형 교통 호재를 타고 이들 추가역 일대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GTX가 개통되면 실질적인 강남 생활권으로 편입될 수 있는 만큼 정주 여건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면서 “지난해 GTX 기대감으로 한 차례 큰 상승을 보였던 지역이지만, 앞으로 실제 개통까지 꾸준히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