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형 아파트 매수세가 사그라들며 집값 상승 폭이 작아지고 있다. 대형의 상승세가 강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의 경우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이 대형 평형 상승률의 6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2030 ‘영끌족’들의 매수세가 둔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7일 KB부동산 주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소형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 가격은 전주 대비 0.06% 오르며 모든 평형 중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대형(135㎡ 이상) 아파트값 상승률(0.39%)의 6분의 1이었고, ‘국민평형’격인 중소형(60㎡ 초과~85㎡ 이하) 상승률 0.14%의 절반에도 채 못 미쳤다.
경기도에서도 소형(0.14%)의 오름폭이 대형(0.35%)의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인천에서만 소형(0.34%)의 상승률이 대형(0.07%)을 크게 뛰어넘었는데, 수도권 전체로 보면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은 0.14%로 역시 대형(0.34%)의 절반 이하였다.
이는 4개월 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에는 자금력이 부족한 2030의 ‘영끌’ 수요가 몰리면서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이 대형의 2배를 뛰어넘었다. 지난 8월 다섯째 주(30일) 소형 아파트의 전주 대비 상승률은 0.61%로, 대형(0.33%)의 두 배이면서 전 평형 중 상승률도 가장 높았다. 수도권에서도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이 0.82%에 달해 대형(0.43%)의 두 배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2030 영끌족의 매수세가 주춤해졌고, 반면 보유세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으로 분석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실거주 차원이 아니라 갭(gap)투자 차원에서 접근했던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반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대형 아파트값 상승률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非)수도권의 경우 전반적으로 모든 평형에서 아파트값 상승폭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인천을 뺀 5개 광역시에서는 소형(0.09%) 아파트값 상승률이 제일 낮았지만, 중형(0.33%)을 뺀 나머지 평형의 상승률(0.11~0.14%)과 비슷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면서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지방에 있는 집부터 내놓다보니 지방의 경우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은 상황”이라면서 “지방은 평형별로 가격 편차도 크지 않아 아파트값 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