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다가오며 위장전입 용도로 값싼 고시원을 찾는 수요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해 지역 거주자의 당첨 확률이 높기에 다수 수요자들이 ‘몸테크’로 실거주에 나선 반면, 일부는 검거되지 않는 쪽에 베팅하며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원룸이나 고시원 임차인 모집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카페에선 비(非)거주로 전입신고가 가능한 하남, 남양주, 인천 일대 고시원을 찾는 게시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한 수요자는 ‘하남에서 비거주로 전입신고가 가능한 고시원을 구한다. 2년 이상 거주 예정’이라고 적었고, 또다른 수요자는 ‘남양주에서 거주하지 않고 전입신고만 가능한 고시원을 구한다. 세대 분리가 목적’이라고 적었다. 이런 게시글에는 “연락 달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고시원 사업주들의 댓글이 다수 달려 있었다.
경기도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고시원으로의 위장전입은 주로 신용불량자가 추심업체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고시원에 전입신고를 해두고 다른 곳에 숨어지내려는 목적이 많았는데, 요즘엔 청약을 노리고 위장전입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면서 “공인중개업소에서도 비거주 전입신고 매물이 있으면 수요자와 중개해주겠다며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기도의 고시원 사업주는 “위장전입 하려는 사람은 월세를 보통 반값으로 1년치 선불로 지불하고, 고시원에선 빈방을 놀리기보다 반값이라도 월세를 받겠다는 생각에 받아주는 구조”라면서 “우리 고시원도 그렇고 대부분 고시원에 공실이 많아 유혹에 빠질 때가 많은데, 입실료 조금 더 받겠다고 복잡한 데 얽히기 싫어 받아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로의 전입에 나선 이유는 당해 거주자가 청약 당첨에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청약은 해당 지역 거주자(30%)가 1순위, 경기도 거주자(20%)가 2순위, 서울·인천 거주자(50%)가 3순위다. 선순위 청약에서 낙첨하더라도 다음 순위 선정 대상자에 포함되는 방식이라 당해 거주자가 무조건 청약에 유리하다.
실제 하남시 인구는 2020년 4월 27만9621명 대비 2021년 4월 30만1801명, 남양주시 인구는 같은 기간 70만6069명에서 72만1767명으로 증가했다. 도시 개발로 인한 자연스러운 인구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린 몸테크 이주도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직장인 김모(37)씨도 최근 3기 신도시 과천 청약을 노리고 아내와 과천으로 이사했다. 김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요건(혼인 7년 이내)이 몇 년 안 남았는데, 공급 일정이 늦춰지며 본청약 때 특공 요건이 안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실거주로 전입하는 것은 몸테크지만, 위장전입은 불법이어서 적발될 경우 주택 공급 계약이 취소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향후 10년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제한된다.
실제 지난 1월에도 국토교통부가 부정청약 총 197건, 위장전입 총 134건을 적발해 수사 의뢰했다. 지방에 거주 중이던 한 국가유공자 유족은 입주자 입주자모집 공고일 직전 수도권 내에 위치한 고시원으로 단독 전입한 후 수도권 내 분양주택의 국가유공자 특별공급에 당첨돼 분양계약을 맺었다가 덜미를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