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대폭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아파트 시장에 다주택자들의 투기로 추정되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서 기존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12%까지 취득세율을 높였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기본 취득세율 1.1%(농어촌특별세 및 지방교육세 포함)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이로 인해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아파트에 다주택자들의 자금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몰리자 정부가 대대적인 기획조사까지 벌였지만 오히려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시흥시 월곶동 풍림아이원1차 아파트는 매매 등록 건수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309건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다.

이 단지 전용면적 32.95㎡는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데, 지난달 매매 가격이 처음으로 1억7000만원을 넘어섰다. 전날에는 1억840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 손바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솔빛마을주공1차 역시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 10층 이하 전용 46.92㎡가 같은 기간 매매 계약 등록 건수가 129건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일에는 1억7500만원(8층)에 매매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시가 1억원 미만의 소형 주택에 갭투자 열풍이 거세지자 국토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15개 주요 지역을 선정해 대대적인 기획 조사를 벌였지만, 자금 몰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는 비규제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양도세 중과 대상이 조정대상지역에 한정돼있고, 서울·경기·세종·광역시를 뺀 지방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 주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새 전국에서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는 비규제지역인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배방삼정그린코아(62건)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인 이 단지 전용 47.67㎡는 이달 6일 1억4500만원(6층)에 매매돼 이 면적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비규제지역인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 단구1단지 전용 47.01㎡ 매매가 역시 이달 1일 처음으로 1억2000만원(1층)을 찍은 데 이어, 같은 달 4일 같은 층이 1억2300만원까지 올랐다.

이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저렴한 주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서민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