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1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배치 공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돼 있는 사드와 달리 주한미군이 아닌 국군이 사드 1개포대를 도입해 운용하고, 예산은 1조5000억원이 들 것이라는 내용이다. 도입 목적은 경기 북부 등 수도권 2000만 국민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확실히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군이 아닌 국군이 운용하기 때문에 중국의 반대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9월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반입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글로벌비전위원장인 박진 의원과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북한이) 1월에 감행한 일곱 차례의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집권 기간 중 최단기간(25일) 내 초대발사(7회·11발) 기록”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하려는 이재명 후보 역시 더 큰 비극을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과 김 본부장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어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로는 수도권 방어가 제한된다. 추가 배치된 사드로 수도권과 경기북부지역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확실히 보호하겠다”고 했다.

또 이들은 “사드를 포함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 걸친 다층방어체계를 강화하겠다”라며 “‘한국형 3축 체계’를 복원하고 강화하겠다. 정보 감시정찰(ISR)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국형 아이언 돔’을 조기에 전력화하겠다”며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박진 의원실 제공

현재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 임시배치돼 있는 사드 1개 포대는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다. 사드는 발사대 6기와 요격미사일 48발이 1개 포대를 이룬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24일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사드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발표한 공약은 국군이 사드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한 본부장은 “주한미군 차원에서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자위권적 차원에서 직접 사드를 구매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매 가격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 출신인 김용현 국방정책분과위원장은 “옵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1조5000억원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용현 위원장은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사드 사거리가 200㎞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포대는 요격 범위가 수도권 남단까지”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경기 북부는 중층방어에 공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공백을 빨리 메우지 않으면 수도권 2000만 국민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2018년 4월 1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사드 기지의 생활 공간 개선을 위한 건설장비 자재 반입을 막으려는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조선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고, “미 측도 필요 없다는 사드를 중국 보복 감수하며 추가 설치하겠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7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재직할 때 성주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면 수도권 북방은 방어가 불가능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필요 없다는 뜻이라고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2017년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은 주한미군이 배치했기 때문에 반발했다”며 “(중국 당국은)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구매해서 운용하는 사드라면 중국도 반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도입해서 운용하는 사드라면 중국도 반발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주 인근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데 대해서는 “인체에 해로운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기지 안에서 활동하는 주한미군과 우리 장병들은 어떻게 되나”라며 “반대하시는 것은 앞으로 잘 설득해나가겠다”고 했다.

28일 오전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정수용 사단장(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