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제 협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방 국가에서 중국의 위구르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실시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공약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인권 문제는 북한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발표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인권을 침해받은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인권 존중을 위한 국제 협력에 우리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가로서 동참해야 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눈 감아선 안 된다”며 “말로는 인권을 외치면서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뿐만 아니라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반인권적인 탄압에 대해서는 그곳이 지구촌 어디든 외면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선도적인 자유민주국가의 역할을 다하면서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를 추진하겠다”라고도 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해 지난해 12월 열렸다. 전 세계 110개국 정상이 참여했고 대만에서도 탕펑(唐鳳) 디지털담당 정무위원이 참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배제됐다.

지난달 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법조인, 학자,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영국 민간 연구단체 '위구르 법정'(Uyghur Tribunal)은 1년에 걸친 자체 조사 끝에 중국의 위구르족에 대한 정책이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에 해당한다고 이날 규정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박하며 "경멸스러운 한 줌의 개인들이 꾸민 정치적 촌극"이라고 몰아세웠다. /AP 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날 외교·안보 공약으로 한미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전략 자산 전개 및 정례적 연습 강화’, ‘한미간 전구급 연합연습(CPX), 야외기동훈련(FTX) 정상 시행’,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 정상화’ 등을 공약했다. 또 중국 견제 목적의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쿼드(Quad)’ 산하 워킹 그룹 참여’ 등 한미 관계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전략동맹’,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 실현’을 내건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반면, 한중 관계에 대해선 “경제·공중보건·기후변화·미세먼지 등을 중심으로 협력하겠다”면서 “존중과 협력에 기초한 대중 외교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민주국가들과 협력해 자유롭고 개방된 역내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가겠다”며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고 역내 다자협력이 활성화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등 동맹국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겨냥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윤 후보는 ‘중국을 배척하는 뉘앙스의 정책이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가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고 있다면 중국은 북한과 동맹 체제를 맺고 있다”면서 “북한은 헌법에 대남 적화통일을 규정하고 있고, 작년 연초에도 전술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을 뿐 아니라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 미사일 고도화 실험을 한 상태 아니냐”고 했다. “군사 안보라는 차원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과는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이라는 기반 하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거이고, 한중의 공동 이익을 위한 협력 및 글로벌 협력은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5명의 미국 하원 의원단이 지난해 11월 26일 대만 타이베이의 총통부를 예방해 차이잉원 총통을 면담하는 가운데 의원단의 일원인 마크 타카노 의원(민주. 캘리포니아주)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전날 밤 미군이 운용하는 C-40 정부 전용기를 타고 대만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국군이 정례적으로 하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또 사드 기지에 시민단체의 집회로 물자 반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걸 방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에서 “한미 양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에 맞서 함께 싸우며 피를 흘린 혈맹”이라며 “민주당 정권에서 무너져 내린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쿼드 산하 워킹그룹 참여를 말했지만, 쿼드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윤 후보는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중 간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으로 국제사회에 기술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지식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미 첨단기술동맹을 구축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바이오, 6G, 원전, 우주항공 등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라며 “반도체, 배터리 분야의 기술자산을 확대해 중국 등 경쟁국들과의 기술 초(超)격차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