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경력’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22년 전 작성한 숙명여대 석사학위 논문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김씨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도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조사 방법이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학계에 따르면 1999년 제출된 김씨의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기존 출간물과 동일한 내용이 상당수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문은 김씨가 개명 전 ‘김명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시기인 1999년 6월에 제출됐다.

JTBC에 따르면 김씨 논문을 표절심의 프로그램 ‘카피킬러’로 검증한 결과 표절률은 42%에 달했다. 학계에선 표절률이 20%를 넘으면 심각한 연구 부정으로 간주한다. JTBC는 김씨 논문이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시절에 나온 점을 고려해 카피킬러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지 않은 연구물들을 자체적으로 추가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카피킬러는 자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검증 대상 논문을 비교해 표절률을 산출한다.

김씨 논문보다 2년 앞서 나온 1997년 경희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은 “클레는 어린아이, 정신병자, 원시인들의 드로잉이 고차적 사고를 동반하지 않은 순수한 것이라는 데에 주목하고, 그것들의 유희적 자발성을 선의 가장 기본적인 모티브로 뽑아내기도 하였다”라고 클레 회화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 논문에는 이 부분이 거의 그대로 옮겨졌지만 인용은 없었다.

클레 회화의 선(線)을 음악과 관련지어 세 가지 특성을 언급하는 대목도 인용 없이 다른 논문에서 발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울 클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다루는 부분에선 1986년 열화당에서 초판이 발행된 로즈메리 램버트의 ‘20세기 미술사’와 유사한 부분이 상당수 발견됐다.

국민의힘은 JTBC가 보도한 ‘42% 표절률’에 대해 “1999년 석사 논문을 현재의 연구윤리 기준을 적용해, 정식 조사가 아닌 약식 방법(카피 킬러)으로, 다른 조건까지 넣어 산출한 것”이라며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해당 논문은 서양화가 파울 클레에 대한 선행 연구를 요약, 분석한 것”이라며 “당시는 각주 표기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립되기 이전이었다”고 했다. ‘숙명여대 연구윤리규정’은 논문 제출 8년 후인 2007년 1월 2일 제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2년 전 해당 대학 기준에 의하면 표절률이 달라지게 되고, 표절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0년 7우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웃으며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예시로 들었다. 김 전 장관이 2000년에 제출한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3분의2 이상이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시 연세대는 김 전 장관의 논문에 대해 인용, 재인용 표시 누락 등 연구윤리위반이 있었으나, 핵심 부분이 아니고 선행 연구에 대한 이론적 검토에 해당하고, 연구윤리는 2000년에는 지침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김씨의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논문은 주역과 음양오행, 사주와 관상을 설명하는 운세 콘텐츠를 다뤘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자료들을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국민대는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 및 수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해 자체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