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통계청은 독립했던 30~40세 성인이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분석하고자 했다. 서양권에서 성인이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드문 만큼 그 요인이 궁금했던 것이다. 네덜란드 통계청은 과거 가구 조사를 통해 얻은 통계를 재활용해 성인 자녀와 부모의 동거 여부에 경제적 수준이나 고용 여부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네덜란드 통계청이 추가 조사 없이 과거 통계를 재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통계 조사를 가구 구성 등 행정자료(통계등록부)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통계청이 최근 이처럼 통계작성 체계를 통계등록부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첫발을 뗐다. 조사 응답률이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그간 일회성으로 사용하던 조사 통계 데이터를 재활용해, 추적 통계 분석까지 하겠다는 취지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계등록부 및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통계작성체계 전환 기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통계등록부란 인구 총조사 등 조사자료와 대법원·행정안전부·4대 보험 등 공공기관에서 입수한 자료를 연계·융합해 인구, 가구, 취업 활동 등 분야별 기본정보를 수록한 통계자료를 말한다. 정책을 기획하고 효과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거나, 인구주택총조사 등 국가 통계를 작성할 때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현재 국내 통계작성 체계는 ‘조사통계’를 기본으로 하고, 통계등록부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면조사의 경우 한 번 수행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단 하나의 통계를 생산하는 데만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1인 가구 증가, 개인정보 보호 인식 강화 등으로 조사 응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 불응률은 2021년 30.6%, 2022년 34.8%, 2023년 42.1%, 2024년 44.4%로 최근 수년 사이 30%대에서 40%대로 올라섰다.
낮은 응답률은 통계 생산을 어렵게 하는 데다,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다양한 대상을 조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추정방식을 도입해 응답을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통계와 통계등록부와의 연계를 강화하면, 낮은 응답률에도 질 좋은 통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계청은 한번 조사한 통계를 재활용할 수 있고, 추적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계청은 네덜란드처럼 통계등록부를 기반으로 통계를 작성하는 해외 사례를 조사해둔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통계 조사기획 단계부터 통계등록부를 활용하고 있다. 통계등록부를 기반으로 표본을 설계(패널화)하고 조사 대상으로부터 통계등록부 활용 동의를 받은 후, 조사자료와 통계등록부를 연계·분석하고 있다.
통계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통계 생산 전 과정에 통계등록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작성된 통계를 추후 안전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인프라 구축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가통계생산체계의 현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표본설계, 조사표 설계, 분석·서비스 등 통계작성 과정에서 AI 활용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