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7조8000억원을 넘기면서 역대 2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주식시장 호황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환·증권 관련 매매손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이 낸 법인세도 2조5000억원을 넘기면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지난해 7조81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실적을 보면 2021년(7조8638억원)에 이어 2위다. 2023년에는 흑자 규모가 1조3622억원에 그치면서 2007년(-4447억원)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을 냈는데, 1년 만에 6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

유가증권이자가 1년 전보다 2조6121억원 늘어난 11조5933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를 주도했다. 외환매매손익과 유가증권매매손익도 각각 1조1654억원, 54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는 각각 9655억원 흑자, 4조3374억원 적자를 낸 바 있다.

한은의 자산은 주로 달러나 미국채 등 외화자산으로 구성돼있어 미국 주가와 환율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으면서 한은이 보유한 외국주식·통화·채권 가격이 올랐다.

한은이 지난해 낸 법인세는 2조5782억원이다. 1년 전(5018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 넘게 늘었다. 역대 기준으로는 2021년(2조8776억원)과 2020년(2조8231억원)에 이어 3위다. 2023년에 대기업이 낸 법인세(2022년 귀속)와 비교하면 삼성전자(4조2731억원), SK하이닉스(1조6766억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은은 당기순이익의 30%인 2조3457억원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하고, 241억원은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해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5조4491억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했다. 당기순이익이 늘면서 정부에 납부한 세입도 1년 전(9221억원)의 5.9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한은이 보유한 총자산 규모는 595조5204억원으로, 2023년 말(536조4019억원)보다 59조1185억원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환율 증가로 부채에 대한 평가액도 늘면서 부채는 전년보다 52조2531억원 증가한 567조15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과 법인세 추이. /한은 제공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 가운데 8.0%는 현금성자산, 67.2%는 직접투자자산, 24.9%는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긴 위탁자산이었다. 외화자산을 통화별로 나눠보면 미국 달러화가 71.9%, 기타 통화가 28.1%를 차지했다. 달러 비중은 2023년(70.9%)보다 1.0%포인트(p) 늘었다.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 47.3%, 정부기관채 10.1%, 회차새 10.4%, 자산유동화채 11.6%, 주식 10.2% 등이었다. 2023년 말에는 정부채 44.8%, 정부기관채 13.3%, 회사채 10.8%, 자산유동화채 11.7%, 주식 10.9% 순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정부채는 2.5%p 늘고 정부기관채, 회사채, 주식이 각 3.2%p, 0.4%p, 0.7%p씩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은 미국 주식시장 호황으로 2023년에 비해 주가가 올랐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면서 “반면 금리는 살짝 떨어져 과거 저금리 시기에 샀던 채권에 대한 손실이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