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우리나라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3000조원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 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금융여건 완화로 익스포저가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3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부동산 관련 대출(가계 부동산 대출, 일반기업 부동산 담보대출, 부동산·건설업종 기업대출 및 부동산PF 대출 등) 2681조6000억원 ▲부동산 관련 보증 1064조1000억원 ▲금융투자상품 375조9000억원 등이다. 이를 모두 합산한 뒤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해 구한 총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3000조원이 조금 넘는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부동산 관련 대출 중 가계 부동산 대출이 작년 말 기준 130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말 대비 3.6% 증가한 금액이다. 상업용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 상가 공실률 상승 등 시장여건 악화로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일반기업의 부동산담보대출은 전년 말 대비 11.3% 증가한 69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非)주담대 중심으로 증가세가 여전하지만, 증가 폭은 1년 전(13.1%)보다 둔화했다. 부동산·건설업종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가 축소(4.4%→1.8%)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부동산PF 대출은 전년 말 대비 11.8% 줄어든 18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간 부동산PF 대출은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 왔으나 부동산PF 구조조정으로 대출 잔액이 크게 줄었다. 상호금융, 은행, 보험회사, 여전사, 저축은행 등 대부분의 업권에서 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부동산 관련 보증은 4.8% 늘어난 106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자 보증의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이어갔으나 전세 등 개인보증이 증가한 영향이다.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은 부동산펀드와 리츠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주택저당증권(MBS)이 감소하면서 2023년 말 11.0%에서 작년 말 3.7%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한은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부실 부동산PF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 부동산시장 부진에 따른 관련 업종에 대한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라면서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일부 부문에서는 잠재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금융여건 완화가 부동산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자산매입을 위한 레버리지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부문으로의 금융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