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의 설 연휴 뒤 첫날 원·달러 환율이 15원 가까이 오른 1446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연휴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매파적 동결’을 결정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멕시코·캐나다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달러를 부추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지난 24일 오후 3시30분 종가 대비 14.7원 오른 1446.0원에 개장했다.
우선 설 연휴 중인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 연준의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있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회 연속 금리를 내려오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멈춘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며 정책 입장을 조정하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해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 시행 임박에 달러 강세는 더욱 심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월 1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당 발언 이후 달러인덱스는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7일 장중 106대까지 하락했지만, 다시 반등해 현재 108을 웃돌고 있다.
이날 환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1440원대 후반에서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고,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출회되면서 환율 상승 속도가 조절될 것이란 시각이다.
한편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0.39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기준가(922.02원)보다 18.37원 오른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0%로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은 현재 154.2엔으로, 일주일 전보다 2엔가량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