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300 사업 지원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시행되는 ‘월드클래스 300′ 사업의 성과가 미미하다며, 맞춤형 컨설팅·네트워킹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 보조금 지원 위주의 육성 정책 효과가 생산성, 매출액 등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KDI 포커스 ‘챔피언으로 가는 길: 중소·중견 기업 지원정책의 전환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국가 챔피언 기업 육성정책의 효과에 대한 분석과 정책 개선방안이 담겼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가 챔피언 기업 육성정책은 ‘월드클래스300′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2011년부터 매년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선별된 소수의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수행되고 있다.

하지만 2011~2018년 지원기업들의 성과를 미지원기업들과 비교한 결과, 매출액과 부가가치에서 지원사업의 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지원 후 3년 후 지원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미지원기업 대비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생산성 향상이나 성장 촉진을 위한 투자에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기업보다, 성장 잠재력이 낮거나 자금 필요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보조금이 지원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소수의 기업을 선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문제점으로 ▲지원대상 기업을 선정을 위한 정부의 가용 정보 부족▲기업이 지원 수혜를 위해 생산적 활동보다 로비와 지대추구에 집중할 위험 ▲선별적 지원으로 인한 시장경쟁 왜곡 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국가 챔피언 기업 육성정책의 주요 운영방식과 지원수단을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비스포크 수행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스포크 수행 모델이란 개별 기업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조직 내 기능이 해당 성장전략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업이 직접 직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KDI는 구체적으로 기업선별 과정에서 스케일업 경험이나 전문 지식이 풍부한 디렉터를 중심으로 지원의 효과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계획 수립·수행 과정에서는 디렉터가 각 기업에 배정돼 정해진 기간에 1:1 맞춤형 자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디렉터는 기업을 전담해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 선별을 통해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라며 “기업 스케일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 풀도 공개적으로 구성,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사업의 주요 기능은 네트워크 조직을 구성하는 데 있다”라며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를 연결해 자금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기업의 수요에 맞춰 기업공개 등 민간 컨설팅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