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호(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앞으론 대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요금 단가가 중소기업용 전기요금보다 더 비싸진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오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이 전기를 많이 쓰는 대용량 고객이 쓰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0.2%,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5.2% 인상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용(갑)의 평균 판매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68.9원, 산업용(을)의 경우 1kWh(킬로와트시)당 164.6원이다. 대기업용 판매단가가 중소기업용보다 더 쌌지만, 이번 인상률을 적용하면 산업용(갑)은 177.7원, 산업용(을)은 181.4원으로 역전이 된다.

이와 관련, 최남호 산업부 제2차관은 전기요금 관련 브리핑에서 “대기업용 전기요금이 더 비싸지는 게 맞다. 산업용(갑)이 아마 을보다 조금 싸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 구조에 대해 경제주체별 상황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로 상대적으로 경영 상황이 나은 대기업의 분담을 늘리는 구조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이다.

최 차관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의 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다른 경제주체와의 상대적인 비교가 중요하다. 올해 들어 수출이 계속 좋았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부담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서) 부담을 해주는 게 국가 경제차원에서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에너지 가격 인상 당시 가스공사와 한전에서 부담을 떠맡았다”면서 “그때는 거꾸로 대기업과 국민경제가 이들에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방안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대 법인이 사용한 전력은 8만5000GWh(기가와트시)로 집계됐다. 이들 20대 법인이 납부한 전기요금은 12조4430억원이었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을 적용하면 향후 20대 법인이 납부할 전기요금은 1조20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