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상기후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특히 식료품과 과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이상기후는 농림어업과 건설업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정원석 과장·이솔빈 조사역, 금융안정국 글로벌금융규제팀 조은정 조사역이 참여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상고온·이상저온·강수량·가뭄·해수면높이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된 CRI(기후위험지수·Climate Risk Index)를 16개 시도별로 구한 뒤, 기후변화 충격이 기후위험지수와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국 산업생산지수(PI)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기간(1980~2000년)과 최근기간(2001~2023년)으로 나눠 분석했다. 조사 과정에는 국소투영법(Local Projection) 모형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이상기후 충격은 기준기간과 최근기간 모두 전국 인플레이션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갈수록 영향력의 크기는 작아졌다. 기준기간에서는 이상기후 충격이 발생한 후 인플레이션이 최대 0.08%포인트(p)까지 확대됐으나 최근기간에는 확대 폭이 0.05%p에 그쳤다.

한은은 최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수입증대에 따른 농축수산물 관련 대체효과가 커지면서 이상기후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TA 관련 대체효과를 통제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약 0.05%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가 품목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필립스 곡선을 활용해 추정해 보면 2001년 이후 대부분의 이상기후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특히 식료품 및 과실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고, 2023년 중반 이후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이 확대된 현상이 관찰됐다.

베이지안 VAR 모형을 통해 이상기후가 산업별 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면 농림어업과 건설업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20년 이후 이상기후가 인플레이션을 지속해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작년 이후로 좁혀보면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서 약 10% 정도를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상기후 현상은 최근 들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및 지속성이 커지며 시간상의 비대칭성이 관찰된다”면서 “2010년 이후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가운데 식료품 및 과실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