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여부보다 국내 물가 상황에 더 가중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라울 아난드 IMF 한국 미션팀장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향후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라울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팀장이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제공

아난드 팀장은 아시아의 물가 상승 압력이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의 가격 상승 압박은 전세계 국가와 비교해 절반정도 수준”이라면서 “통화 긴축을 신속하게 하고, 가격 통제나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실시해 원자재 가격 압박을 잘 통제한 덕분”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물가 상승률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난드 팀장은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3개 국가들은 올해 초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수준(2%)보다 훨씬 높았다”면서 “반면 일본 등 국가들은 물가가 어느정도 통제됐고, 태국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가 하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등 물가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은 좋은 복원력을 가진 국가”라고 언급한 뒤 “미국 연준이나 대외적인 상황보다 내부 상황과 국내 물가에 집중하면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아난드 팀장은 또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22~2023년 전세계 경제활동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경제 침체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면서 “세계 경제는 올해와 내년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난드 팀장은 “현재 미국과 여러 신흥 시장(EM·이머징마켓)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민간 수요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공공지출도 증가해 전체적인 수요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급 측 상황을 보면 노동력이 증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나 경제성장률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노동력이 증가한 이유는 이민을 통해서 많은 인구가 유입됐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단기 재정 부양 ▲공급망 교란 완화 ▲인공지능(AI) 기술에 의한 생산성 개선을 들었다. 그는 특히 AI가 문자와 음성,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어를 인간보다 더 잘 이해하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